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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약장터 된 다크웹… 5만건 은밀한 유혹

입력 | 2019-10-31 03:00:00

한국어 사이트 마약 관련 언급 수… 2017년 한해 2만5000건서 급증
접속 정보 암호화… 추적 어려워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해 8월 네덜란드의 한 마약상으로부터 엑스터시 50g을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으로 배송받았다. 김 씨는 엑스터시를 5∼10g씩 되팔다가 수사기관에 꼬리를 밟혔다. 수사 결과 그의 마약 거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크웹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다. 범죄조직에 기대지 않고도 다크웹을 통해 집에서 손쉽게 마약을 사고팔 수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올 4월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다크웹이 아동 성착취 동영상 공유 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마약 정보가 다크웹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다크웹 전문 분석업체 ‘에스투더블유랩’은 다크웹 내 한국어 사이트에서 대마와 필로폰 등 마약과 관련된 단어가 언급되는 빈도가 2017년 2만5422건에서 지난해 3만6792건, 올해(1∼7월) 5만1932건 등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크웹 내 마약 정보의 총량과 추이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년간(지난해 8월∼올해 7월) 가장 자주 언급된 마약 종류는 대마(4만6945건)와 필로폰(1만4248건)이었다. 대마의 경우 1시간마다 새로운 정보가 5건씩 올라온 셈이다. 특히 신종 마약의 언급 빈도가 급증했다. ‘버닝썬’ 사건을 통해 ‘데이트 마약’으로 알려진 속칭 ‘물뽕’은 올 7월 한 달 동안 695건이 언급됐는데 이는 지난해 7월(146건)의 4.8배다. ‘야바’(필로폰과 카페인의 합성)와 ‘좀비마약’(환각을 일으켜 다른 사람을 물어뜯게 만드는 합성 마약) 등 신종 마약도 언급 빈도가 한 해 만에 6배로 증가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1만2613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약 거래가 다크웹으로 숨어들어 나타난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스티스 테티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실험과학실장은 “한국은 강력한 마약 단속에도 마약 시세가 일정한데, 이는 드러나지 않은 공급처들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다크웹(Dark web) ::

특수한 브라우저(인터넷 검색 프로그램)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어둠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크롬, 사파리 등 일반 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다. 사이트 운영자와 접속자 정보가 암호로 처리돼 추적이 어려워서 마약 거래와 아동 성착취 동영상 공유, 테러 계획 교환 등에 악용되고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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