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19일 전북 정읍시 장명동 일대에 있는 쌍화차 거리에서 열린 ‘제1회 정읍 쌍화차 축제’에서 풍물패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을 하고 있다(위 사진).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읍시 제공
숙지황, 당귀, 천궁, 계피 등 한약재를 달인 물에 밤, 은행 등 고명을 넣어 마시는 쌍화차. 옛날 임금의 피로 해소를 위해 어의가 만들었다는 쌍화탕(雙和湯)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음과 양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한다는 의미를 담은 쌍화차는 찬 바람이 불거나 고된 일상으로 몸에 이상신호가 왔을 때 온몸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보양차다.
전북 정읍에는 맛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은 쌍화차 향기가 물씬 나는 거리가 있다. 정읍경찰서에서 세무서까지 350m 남짓한 길이다. 거리에는 쌍화차를 파는 전통찻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쌍화차의 쌉싸래하고 달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 정읍 대표 쌍화차 거리
정읍에 쌍화차를 파는 찻집이 많은 이유는 지황(地黃)의 대표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될 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던 정읍시 옹동면의 지황은 현재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지황의 뿌리를 쪄서 만든 ‘숙지황’이 쌍화차의 주재료다.
좋은 재료에 맛까지 뛰어나다 보니 정읍 쌍화차 거리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주말이면 줄을 서야만 쌍화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단풍 관광객이 많아진 요즘에는 평일에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 명품거리로 재탄생
하지만 쌍화차 거리는 인지도와 달리 여느 소도시 거리처럼 낙후됐다. 전깃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닐 인도도 없었다. 쌍화차를 맛보기 위해 정읍을 찾은 방문객들의 볼멘소리가 점차 커져가자 정읍시와 정읍쌍화차거리협의회가 머리를 맞댔다.
쌍화차 거리 홍보를 위한 축제도 연다. 5월에 이어 11월 2, 3일 정읍경찰서 민원 주차장에서는 ‘제2회 정읍쌍화차거리 축제’가 열린다. 쌍화차 시음, 프리마켓 등 체험 및 전시 행사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의 축하공연도 펼쳐진다.
이관용 정읍쌍화차거리협의회장은 “구도심에 있다 보니 거리가 많이 낙후돼 발전의 계기가 필요했는데 명품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동네가 말끔해졌다”며 “쌍화차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 앞으로 더 많은 전통찻집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섭 정읍시장은 “쌍화차 명품특화거리 조성을 계기로 침체됐던 구도심 골목 상권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특화거리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정읍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