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피녜라 대통령 사퇴 요구, 美中 무역합의 차질… 장소 재논의 경제난-양극화에 각국 정권 휘청
지난달 6일 지하철 요금 30칠레페소(약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의 반정부 시위가 유례없는 국제 정상회의 취소로까지 이어졌다. 이달 16, 17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위 여파로 전격 취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칠레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중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하려던 계획에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칠레에서 APEC 개최가 취소된 후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정의 60%에 해당하는 1단계 무역협정을 서명할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다”며 “시 주석과 나는 반드시 서명할 것!”이라고 올렸다. 폭스뉴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측에 “칠레 대신 마카오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반면 미국은 알래스카, 하와이 등 미국 영토에서 만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난과 양극화 등으로 시작된 각국 반정부 시위들이 본격적인 정권 교체 움직임으로 번지는 모습도 뚜렷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칠레 시위대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퇴진과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973∼1990년 철권통치를 펼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절 제정된 헌법이 현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예윤 yeah@donga.com·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