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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무부 ‘취재 봉쇄’ 훈령, 언론자유 침해 넘어 통제 수준이다

입력 | 2019-11-01 00:00:00


법무부가 그제 공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과연 2019년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대착오적이다. 규정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취재를 원천적으로 막고, 사건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새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오보 대응 외에는 공보를 할 수 없으며 검사와 수사관은 기자 등 언론사 관계자와 일절 접촉할 수 없다. 기자는 검찰이 알려주는 내용만 받아쓰라는 의미나 다름없다. 규정대로라면 언론의 감시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크다. 검찰이 밀봉된 검찰청사 내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감아주거나 편파적인 수사를 해도 견제할 길이 사라진다.

검찰의 수사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오보 여부를 판정하고 이를 근거로 기자의 취재를 막을 수 있다는 규정도 명백한 독소 조항이다. 기준이 모호한 오보 여부 판단을 검찰이 맡게 되면, 검찰에 불리한 기사에 오보라는 낙인을 찍어 언론의 취재를 막으려 들 위험성이 높다. 이 규정이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자나 특정 정파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 또한 검찰이 발표하는 수사 결과가 이후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모든 언론이 취재가 봉쇄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발표에만 의존해 기사를 썼다가 후일 오보로 판명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정 필요하다면 이는 법무부 훈령이 아닌,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 옳다. 새 규정이 거센 비판을 받자 법무부는 어제 “출입제한 조치는 의무가 아닌 재량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을 급조해 발표해 놓고 하루 만에 대충 고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다. 법집행 주무 부처인 법무부의 이런 행태가 경찰청 등 다른 정부부처나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크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