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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때 해경 헬기, 응급학생 대신 청장 태워”

입력 | 2019-11-01 03:00:00

특조위, 구조수색 조사결과 발표… “단원고생 발견직후 맥박 불규칙
헬기 탑승 기회 3차례나 놓쳐… 배로 4시간41분 이송뒤 숨져”




세월호 참사 당일 해양경찰이 바다에 빠진 단원고 학생 A 군을 구조하고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구조 현장엔 헬기가 있었지만 해경은 A 군을 헬기로 이송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고 해역을 찾았던 해경 고위 간부들이 헬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A 군은 구조된 지 4시간 41분이 지나 전남 목포의 한 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헬기로 20분가량이면 도착 가능한 곳에 있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의 적정성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 발표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 해상에 있던 A 군이 해경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A 군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A 군은 6분 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오후 5시 35분부터는 목포의 병원 의료진이 A 군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한 뒤 오후 5시 54분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해경에 전달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당시 목포의 병원 모니터를 통해 확인된 A 군의 맥박은 불규칙했고 산소포화도 역시 정상치의 90%를 크게 밑도는 69%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A 군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던 오후 5시 44분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은 헬기를 타고 3009함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오후 6시 35분 다른 헬기가 3009함에 내렸으나 이번에는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오후 7시경 떠났다. 또 다른 헬기 한 대가 오후 6시 35분경 3009함 쪽으로 접근해 왔지만 착륙하지 않고 갑자기 방향을 돌려 육지 쪽으로 향했다. 특조위는 “이 헬기가 3009함에 내리지 않고 갑자기 돌아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상에서 구조돼 3009함으로 옮겨진 뒤로도 3차례나 더 다른 배를 거친 A 군은 오후 10시 5분 목포 병원에 도착했지만 5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이보다 앞서 오후 7시 15분경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A 군을 사망자로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병우 특조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A 군을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했다면 생존했을지에 대해선 함부로 추정할 수 없지만 당시 의료진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특조위의 발표대로라면 해경은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A 군의 병원 이송이 늦어진 것에 대해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조위는 이른바 ‘사회적 참사법’이 2017년 11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출범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발생 이후 검경 합동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1기 특조위 조사를 거쳤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