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1차 서면조사 결과… 일부 교사들 정치편향 발언 확인 교사-학생 추가 심층면담 계획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를 1차 서면조사를 한 결과 학생 20여 명이 “‘너, 일베야?’란 말을 교사로부터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반일시위 강요’ 논란에서 촉발된 인헌고의 내부 갈등 문제에 대한 시교육청의 서면조사가 이번 주 초 완료됐다. 서면조사의 대상자는 인헌고 재학생 500여 명이었다. 설문에는 “교사의 정치 편향적 발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학교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등의 문항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이 설문지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그간 문제가 됐던 ‘너 일베냐’란 질문을 들어봤다고 답한 학생은 약 20명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질문을 ‘들어봤다’는 응답은 특정 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반에 걸쳐 반마다 1, 2명씩 흩어져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응답이 어느 특정 반에서 집중적으로 나와야 해당 학급과 교사에 대한 조사가 가능할 텐데 지금 결과는 다소 산발적으로 나왔다”며 “지금까지 ‘정치 편향 교사’로 언급된 교사 7, 8명과 학생들에 대한 심층면담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31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이 사회에 충격을 줬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정치 편향 교육은 명백한 위법행위이자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축출해야 할 교육 적폐”라며 “교육 당국은 학교 교실을 정치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민주시민교육’의 하나로 진행되는 토론, 자기 의견 표현하기 수업 과정에서 정치 편향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주에 민주시민교육 가이드라인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해당 공문에는 사회적 현안을 소재로 토론이나 발표수업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특정 사상이나 생각을 강요하며 반대 의견을 부정하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삼가라는 내용이 담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하게 이뤄져야 할 토론이나 글쓰기 수업마저 축소되는 분위기”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오프라인 교원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