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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들, 위협 대처 공정한 분담 필수적… 한국, 美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해야”

입력 | 2019-11-01 03:00:00

美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지적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고, 중거리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게 됐으며, 미사일을 미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워싱턴 유력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일부 보수파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북한 위협 증가를 이유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에서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 모습을 나타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은 아시아 역내의 전쟁 위협과 한국, 일본, 괌에 대한 위협은 물론 증강하는 탄도미사일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본토에까지 명백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재단은 이날 공개한 74쪽짜리 ‘2020년 미 군사력 지표’ 보고서에서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이란, 중동,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6개 국가의 테러 혹은 위협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렇게 지적했다. 매년 발행되는 이 보고서는 미국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 전력 추이를 분석하고, 아시아 유럽 등에 주둔한 미군의 군사력과 예산 문제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재정 부족과 군의 활동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 때문에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미군은 더 이상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 일부 내용은 주둔국과 미군의 ‘부담 공유(burden-sharing)’에 대해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한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보고서 발표와 함께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뿐 아니라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까지 비중 있게 논의됐다. 보고서 총편집자인 다코타 우드 선임연구원 등은 “부상하는 역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맹들의 공정한 분담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또 다른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존 베너블 선임연구원도 “우리는 다른 파트너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하도록 해왔다”고 비판하면서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비용에 대한 한국 부담을 거론했다.

이들이 전략자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훈련이나 무력시위 등의 목적으로 한반도에 날아오는 B-1B나 B-52 같은 전략폭격기 전개 비용을 추가하지 않으면 군수지원비와 군사건설비, 인건비 등으로 항목이 국한돼 있는 현재의 협정 구조에서 금액을 대폭 늘리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주장은 기존의 5배까지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 없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를 학문적으로 지지하는 연구서를 자주 발표해 온 헤리티지재단이 이번에도 보고서와 세미나로 후방 지원해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