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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의 ‘컬렉터’ 전시에 없는 세 가지[현장에서/김민]

입력 | 2019-11-01 03:00:00


세종문화회관 ‘컬렉터 스토리’전.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민 문화부 기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성규 사장이 “미술관의 방향성을 구축하고 아트 컬렉터의 긍정적 역할을 조명하겠다”며 추진한 첫 기획전시라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개막한 전시엔 ‘컬렉터’만 있고 ‘긍정적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요한 세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첫째는 교육적 측면이다. 공공 미술관의 1순위 고려 대상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공공 전시로 미술사를 경험하고 시대를 관찰한다. 유럽 모더니즘 컬렉션을 구축하고 미술관을 세운 페기 구겐하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컬렉터’전에는 명확한 가치가 밝혀지지 않은 동시대 작품이 혼재돼 전시됐다. 요제프 보이스와 백남준 전시 공간 등 눈에 띄는 곳도 있었지만 미술사 흐름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다음은 후원자 역할이다. 컬렉터는 초기에 작품 가치를 알아보고 작가의 성장을 도울 때 후원자가 된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수집해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에 기증한 아렌스버그 부부가 대표적. 그런데 전시장에는 미술사의 주요 흐름이나 특정 사조에 관한 맥락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시장에 1, 2점씩 걸려 있는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은 오래전 미술사적 가치가 확립된 투자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다.

기획자는 “전체 소장품을 본 것이 아니라 김 회장 측이 제공한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해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소장품이 공공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좋은 이력이 된다. 미술관이 주도적으로 전체 소장품을 연구하고, 공익성에 맞는 작품을 충분히 선별했어야 하는데 이에 부합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마지막은 공공성이다. 여러 사정으로 공익적 맥락을 전시에 넣기 어려웠다고 해도 입장료까지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대여료 없이 컬렉션을 내줬다. 미술관은 입장료(4000원)가 통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이 모은 작품들을 시민이 유료로 봐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 기획 의도인 ‘컬렉터 역할 재정립’은 미술계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김 회장 또한 오랫동안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활발히 문화 예술계를 지원했다. 그러나 컬렉터는 ‘후원자’와 ‘투자자’라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이 중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면 탄탄한 연구와 세심한 기획이 필요했다.

이 전시가 민간 미술관에서 열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작품을 나열해 보여준다는 정도의 안이한 기획이 이뤄진 것은 아쉽다. 앞으로 ‘컬렉터’전이 성공하려면 시민을 염두에 둔 치밀한 주제의식부터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