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86만명 증가 신뢰성 논란
강신욱 통계청장
통계청은 31일에는 “통계 문항 변화로 늘어난 비정규직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통계청의 자의적인 해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비정규직 설문 문항 논란
지난달 29일 정부는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가 748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6만7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는 설문 문항의 차이에 따른 수치상의 변동이며 실제로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새로 추가된 설문 문항 하나로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한 8월 조사에서는 3월, 6월 조사와 다르게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아서다. 결국 정부는 1년 전과 똑같은 문항으로 설문했는데도 비정규직 차이가 50만 명이나 다르게 계산된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통계청이 스스로 생산한 통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은 31일 기자설명회에서 “(늘어난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에서 100% 넘어왔다고 말할 수 없다. 100%인지 0%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질문이 변경되며 기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이들이 정규직에서 넘어온 것인지는 추가 조사를 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계 전문가는 “통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도인데 이번 통계 논란에 정부가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해 논란이 커지며 다른 통계 신뢰까지 깎아먹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치권으로 번진 신뢰도 논란
본보가 통계청 설문을 분석한 결과 통계청이 매년 8월 진행하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는 유 의원의 말처럼 ‘직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라는 질문이 올해와 작년에 있었다. 다만 이 질문은 이미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라고 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것인지 묻는 질문을 추가한 건 올해 3월과 6월, 9월뿐이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계는 일관성이 중요한데 한국은행처럼 기존 기준에 따른 통계치를 추정하지도 않고 (통계청장이) 연속선상으로 보면 안 된다고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남기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신욱 통계청장 해임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홍 부총리는 답변을 회피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주애진·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