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직원이 왕’인 독특한 콘셉트의 마트가 배경이다. “오늘은 꽃이 되자”며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한 채 손님을 맞는 마트 사장 정복동(김병철). tvN 제공
인도풍 선율에 맞춰 머리에 뿔을 단 원주민들이 ‘칼군무’를 펼친다.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단돈 100원에 물건을 옮겨주는 ‘인간 카트’ 빠야족의 공연. 2010년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 곳곳은 이런 B급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 노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 때문에 ‘수능 금지곡’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진은 원작에 없던 빠야족의 노래와 언어까지 창조했다. 은밀한 부위(?)에 달린 원작의 뿔도 머리 위로 옮기면서 방송용으로 순화시켰다. 온라인에선 “웹툰 드라마의 좋은 예”로 원작과 드라마 장면을 비교하는 글이 많다.
웹툰의 명장면이나 주요 캐릭터 설정은 원작 팬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 그래서 천리마마트 사장 정복동(김병철)은 우스꽝스러운 해바라기 탈을 썼고, 점장 문석구 역을 맡은 이동휘는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 ‘그랜절’ 동작을 위해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까지 받았다. “환불해주옵소서”라며 손님이 곤룡포를 입은 고객센터 직원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도 웹툰 그대로다. 8월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 물망에 오른 배우 임시완, 이정은을 그대로 캐스팅했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주다(이나은)와 남주(김영대)가 만화 속 주인공이고 본인이 엑스트라였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단오(김혜윤). 웹툰을 연상시키는 컴퓨터그래픽(CG)이 곳곳에 담겼다. MBC 제공
원작 팬들의 뒤통수를 ‘탁’ 치는 서사 변주도 과감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 원작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악당 유기혁(이현욱)은 드라마 초반 서문조(이동욱)에게 살해되고, 고시원에 사는 변득수 변득종(박종환)이 쌍둥이라는 전혀 다른 설정은 극 후반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원동력이 됐다. KBS ‘조선로코: 녹두전’에선 여장을 한 녹두(장동윤)의 옷이 벗겨지며 동주(김소현)에게 남자라는 사실을 들키는 장면은 은밀한 부위를 우연히 만지게 되는 것으로 각색해 “웹툰보다 지독한 장면”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도 고민했다. 당초 ‘쌉니다…’에서 DM그룹의 전무 권영구(박호산)를 대머리로, 정복동의 정수리에 달린 요상한 꽁지머리까지 웹툰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배우 이순재의 요청으로 대머리, 꽁지머리 분장을 하지 않고 다시 촬영했다. 안상휘 CP는 “웹툰과 너무 유사하면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어 과장된 대사 톤이나 설정을 덜어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