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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국민의 자긍심 고취 통해 단합 이끌어내야”

입력 | 2019-11-01 03:00:00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최근작 ‘대변동’ 홍보 위해 내한
국가적 위기 해법 12가지 선별… 핀란드-美-日 등 7개국가 사례 분석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환경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은 필요 없다. 문제는 마음의 준비와 실천”이라고 했다. 다음에 출간할 책에서는 리더십을 다루고 싶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검은색 지갑을 펼치며 내보인 사진에는 장성한 이란성 쌍둥이 아들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 세계적 저작으로 명성을 떨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82)는 생리학자로 출발해 진화·역사·인류학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김영사 사옥에서 만난 자리에서 “생리학자 시절 ‘담낭’에 대한 글을 썼는데 다섯 명만 관심을 보였다. 정치와 문명사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 6월 국내에 출간한 신작 ‘대변동’의 연장선에서 한국과 세계의 위기, 그리고 돌파구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책에서 국가적 위기 해결을 돕는 인자 12가지를 선별했다. 국민적 합의, 책임 수용, 경험한 위기, 국가의 핵심 가치 등이다. 그런 뒤 핀란드와 칠레 일본 독일 미국 등 7개 국가의 위기 극복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60년간 여러 나라에서 살았는데, 각 국가는 저마다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아내가 임상치료사인데 개인의 위기 극복을 예측하는 인자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책을 구상했다”고 했다. 국가의 위기 극복 메커니즘을 들여다본 셈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북한’을 꼽았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매끄러운 관계를 맺는 법으로는 핀란드 사례를 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직급별로 소련과 물밑에서 교류해 신뢰를 쌓은 핀란드처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북한과 교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처한 외교적 위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갈 해법으로는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 뒤 폴란드와 관계를 회복한 독일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파워 게임 사이에서 취해야 할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약소국이라고 꼭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둘 사이를 오가면 되죠. 핀란드는 옛 소련과 서구 사이에서 상황별로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체제를 택한 중국은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되긴 어렵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정치적 이념 갈등에 대해서는 “자긍심 고취”를 해법으로 들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리더는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진영과 상관없이 자긍심을 느낄 위인을 찾아 기념일에 그 대목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위기로는 핵무기와 기후문제, 자원 고갈, 불평등 등 4가지를 꼽았다.

“불평등이 특히 심각하죠. 부국은 빈국을 이익이 되는 차원에서 도와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대만처럼, 내게 도움이 될 국가를 택하는 거죠. 그러면 원조가 더 활발해집니다. 우리는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핀란드는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부처를 따로 두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력망이 망가진 상황을 가정해 대처법을 논의했다고 하더군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