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제안에 바른미래 호응… 與 “반쪽짜리 공수처 안돼” 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대신 기소권이 없는 ‘반부패수사청’ 설치에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패스트트랙 처리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반쪽짜리 공수처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31일 여야 3당에 따르면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참석한 30일 실무협상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반부패수사청 설치를 제안했다. 부패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폭 경찰로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만 갖는 형태다. 그 대신 경찰 조직·권한의 비대화를 막고 수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반부패수사청을 떼어내자는 게 권 의원의 제안이다. 권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경찰이 영장청구권도 갖는 게 맞지만, 이는 헌법 개정 사안이라 당장은 어렵다”며 “기소와 수사통제라는 근본적 기능에만 검찰이 집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 어제 실무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그간 공수처 반대를 외쳤던 한국당이 부패사건을 전담하는 반부패수사청이라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어 “검찰 개혁의 요체는 검찰에 부여해온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이고 이 대원칙엔 여야 3당 모두 이견이 없다”며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 공수처에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주겠다는 주장을 접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각에선 선거제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반부패수사청 설치를 놓고 여야 간 밀고 당기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