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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안하면 애취급”…北 고등학교서 학생 마약거래 만연

입력 | 2019-11-01 16:22:00


북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마약이 10대 학생들의 손에도 뻗쳐 학교에서 친구끼리 마약을 권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량강도 혜산시 신흥고등중학교에서 학생 5명이 교내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밀매까지 하다 단속반에 검거됐다고 31일 전했다.

신흥고등중학교는 간부나 부유한집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한데, 학생들끼리 서로 약물을 권하는 풍토가 만연하다는게 량강도 혜산시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얼음’을 해야 어른 취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얼음’은 필로폰을 칭하는 북한식 은어다.

북한의 마약문제는 올해 들어서 이전보다 심각하게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과거 외화벌이 차원에서 마약을 밀조해 국외로 대량 밀수출 했었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되며 점차 어려워졌다. 그러자 마약을 밀조·밀매하던 조직이 내부로 유통시키면서 필로폰 사용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16년 탈북민 1467명을 대상으로 북한 마약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결과, 2010∼2012년 탈북민의 13.6%가 마약을 접했다고 답했는데, 이 비율은 2014년 25.0%, 2015년 36.7%로 갈수록 늘어났다. 심지어 2016년 탈북한 2명은 “북한 주민의 90% 이상이 마약을 사용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지난 5월, 남한에 입국한지 얼마 안됐던 탈북민은 “어느 마을에 가나 ‘얼음’을 파는 집은 꼭 있으며 이런 집을 ‘소분집’이라 한다”고 동아일보에 말했다. 북한에서 얼음 1g(10회 분량)의 가격은 15달러(약 1만7000원) 이하로 거래된다. 한국에서 밀거래되는 가격의 수십분의 1 수준이다.

RFA는 단속 명령을 받은 사법 당국 관리들은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는 부패구조 속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죄의식 없이 필로폰에 손을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