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해상 소방헬기 추락
국내에서 응급환자 구조를 위해 출동한 헬기가 추락한 것은 2015년 3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경 헬기(4명 사망) 이후 처음이다. 2015년 사고 땐 짙은 해무(海霧)가 원인이었다. 반면 영남1호가 추락한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6분경 독도 하늘은 맑았고 인근 해역의 바람은 초속 8.3∼10.9m였다.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초속 10m 안팎은 헬기가 충분히 운항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급작스러운 기상 악화가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추락을 목격한 독도경비대에 따르면 헬기는 오후 11시 24분 이륙해 고도를 높일 땐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지상과의 마지막 교신 시각은 11시 25분 15초였다. 하지만 이후 헬기는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있는 서쪽(대구 방향)을 향해 고도를 서서히 높여야 하는데 정남향으로 비스듬히 고도가 낮아지다가 바다로 떨어진 것이다. 신정범 독도경비대장은 “헬기가 남쪽으로 가기에 이상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륙한 지 약 2분 만에 어두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헬기가 최근 안전점검을 통과했고 사고 전 경미한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남119특수구조대에 따르면 이 헬기는 2016년 3월 국내에 도입된 뒤 최근 누적 운항시간이 1000시간을 넘자 올 9월 25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제조사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안전점검을 받고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점검 후에는 총 16차례 운항했다. 사고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도 1시간 20분가량 대구 인근 상공을 운항했다. 성호선 영남119특수구조대장은 “기체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소리가 나는 등의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헬기가 물에 빠지면 자동으로 펴져 구조될 시간을 벌게 해주는 비상부주는 추락 직후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헬기엔 앞뒤에 납작하게 접힌 부주가 총 4개 장착돼 있었다. 펴지면 11t이 넘는 기체와 승객의 무게를 약 30분간 지탱하며 물 위에 떠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비상부주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헬기가 추락한 직후 독도경비대가 수색에 나섰을 때 탑승자들이 발견됐을 수도 있다. 조사단은 비상부주가 원래 불량이었는지, 아니면 충격 탓에 파손된 건지 등을 밝힐 계획이다.
1일 침몰 헬기와 실종자 수색에는 배 14척과 항공기 8대 등이 동원됐다. 2일엔 잠수대원을 76명 규모로 늘리고 청해진함과 무인잠수정(수중 드론)을 수색에 투입하기로 했다. 당국은 수색 상황에 따라 침몰 헬기 인양이 가능한지도 파악할 계획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