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1개월 연속 감소… 역성장 위기 정부 “무역금융 60조원 지원… 반도체 경기회복에 개선 기대” 전문가 “세계경제 불확실성 여전”
올해 수출이 3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이 복합된 결과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미중 무역갈등 완화라는 대외 요인에 기대를 걸며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수출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이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14.7%)으로 하락했지만 11월부터는 감소 폭이 점차 개선되고 내년 1분기(1∼3월) 수출이 상승 전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미중 무역분쟁도 1단계 합의가 무르익어 그동안의 악재들이 어느 정도 걷힐 것이란 판단이다. 선박(25.7%), 컴퓨터(7.7%), 바이오헬스(7.8%), 화장품(9.2%) 등 수출이 증가한 품목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무역금융 60조 원 지원 등 수출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과의 교역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대일(對日) 수출액은 23억8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3.8% 줄었다. 일본산 제품 수입은 38억900만 달러로 23.4% 급감했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은 2009년 7월(―25.1%)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현장의 기업들도 내년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다운턴’에 접어들어 내년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속에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수출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설명대로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의 수출도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업경쟁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