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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의 침공으로 쿠르드족의 피란 행렬이 이어졌던 시리아 북동부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등 주변국이 혼란을 틈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는가 하면, 한때 전면 철군을 선언했던 미군 병력도 되돌아오면서 주요국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군과 러시아군은 이날부터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합동 순찰을 벌일 계획이다. 러시아와 터키는 지난달 정상회담을 통해 쿠르드민병대(YPG)를 국경에서 폭 30km 밖으로 철수시키고 함께 순찰 작전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터키군은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국경지역에서 정찰 및 지뢰 제거 작전을 벌여오고 있다. 러시아와 합의했던 쿠르드민병대 철군 시한이 끝나자마자 군사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터키는 현재 서쪽으로는 텔 아비아드, 동쪽으로는 라스 알아인까지 약 120km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확보했다. 러시아군과 합동 순찰은 이 밖에 안전지대에서 실시된다.
쿠르드족 입장에서 지난 10월은 악몽 같은 한달이었다. 이슬람국가(IS)에 맞서 함께 소탕 작전을 벌여오던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하면서 터키군의 침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쿠르드 자치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시작된 터키군의 공습과 폭격으로 현재까지 민간인 509명, 쿠르드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대원 4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쿠르드족은 여전히 미국을 향해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 쿠르드 정치 조직인 시리아민주평의회의 일함 아흐메드 공동의장은 지난달 3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터키군의 무인기가 여전히 쿠르드족 자치 지역 상공을 활개하고 있다며 “미국이 나서서 터키군에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미군도 기존 전면 철수 결정을 번복하고 시리아로 되돌아오고 있다. ABC뉴스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으로 시리아 북동부를 떠났던 미국 병력이 31일 시리아 북동부로 재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시리아로 재배치되는 미군 병력은 500~700명 규모로 알려진다. 시리아 남부에 주둔하는 병력까지 더하면 최대 900명으로, 철군 지시 이전의 주둔 병력 1000명과 큰 차이가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5일 시리아 유전 지대에 ‘기계화 병력’을 주둔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상태다.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IS가 유전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충분한 능력을 갖출 때까지 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터키-러시아-미국 3개국 군 병력이 시리아 북동부에 동시에 배치되면서 쿠르드족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 모습이다. 터키의 군사 공세가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터키와 미국, 그리고 터키와 러시아가 각각 맺은 협정에는 쿠르드족 미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다.
쿠르드족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일 시리아 철군 필요성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을 계기로 주제를 바꿔 자신의 업적 자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