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달나라 여행 구상계획인 ‘디어문 프로젝트’. [사진 제공 · 스페이스 X]
다양한 조건을 떠올릴 수 있다. 날씨가 시원하거나 따뜻할 것, 특색 있는 먹을거리가 풍부할 것. 최근에는 쇼핑시설로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혹시 철저한 독립성,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방해받지 않는가를 중요시한다면, 확실한 한 가지 상품을 소개하려 한다. 제일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바로 우리 머리 위 상공 400km 가까이에서 하루 16바퀴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드디어 개방되는 국제우주정거장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진 제공 · NASA]
그렇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이곳이 대중에게 개방될지도 모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을 민간에 상업적 용도로 개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혔으니 말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보통 6명이 체류하며, 짧게는 3개월 안에 교대한다. 이건 기존 승무원에 대한 이야기고 관광객에게는 최대 30일까지만 방문을 허용한다. 물론 휴가를 3개월 이상 다녀왔다가는 근무지에서 책상이 사라지기 일쑤라 관광객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제주에 가듯이 2박 3일 또는 당일치기 코스로 다녀오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려면 유인우주선에 탑승해 지구를 탈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탑승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만 해도 왕복 티켓이 200억 원이 넘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NASA는 스페이스X와 보잉 같은 민간 기업과 계약을 맺고 유인우주선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단체 관광버스’의 왕복 비용은 70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당 1박 숙박비가 4000만 원이 넘는다 해도 교통비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니, 이왕 우주에 도착했다면 기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버티다 귀환하는 것이 비교적 이득이다.
홈쇼핑 프리미엄 여행상품과 비교하면 비싸 보이긴 하지만, 주최 측 사정에 따르면 그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을 위해 연간 4조 원 이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루에 100억 원꼴이다. 관광객에게 개방해봐야 1년에 두 차례 정도라 유지비를 감당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아무 수익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우선 해보는 것이리라.
우주탐사가 아닌 우주휴가의 시대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우주관광선 ‘뉴 셰퍼드’. [사진 제공 · 블루오리진]
먼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관광 목적의 우주선 ‘뉴 셰퍼드’를 개발하고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어디 멀리까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선을 수직으로 쏴 탑승객이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로 단가를 굉장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버진그룹의 자회사 버진 갤럭틱이 구상중인 우주체험 항공기. [사진 제공 · 버진 갤럭틱]
우주에서 꼭 하고 싶은 일
우주호텔 오로라 스테이션.의 가상도. [사진 제공 · 오리온 스팬]
상상해보자. 큰마음을 먹고 멋지게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면 이제 우주에서 파랗게 빛나는 지구를 배경으로 인증용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 차례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GB당 6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들지만 교통비나 숙박비에 비하면 돈 쓰는 티도 안 난다. 왠지 무료 서비스로 제공될 것 같기도 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한 글자씩 적어보자. 누군가의 명언을 첨부해도 좋다. ‘#국제우주정거장’을 해시태그로 남기는 우주에서 하룻밤은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부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허세니까.
궤도_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