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맞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한국의 첫 국적위성 ‘우리별 1호’를 만든 주역들. KAIST 제공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주역 중 한 명인 김형신 충남대 컴퓨터융합학부 교수는 지금도 30년 전 일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작은 깡통 위성 하나 만들어 띄우지 못하던 한국이 3년 만에 첫 국적 위성을 띄우게 된 극적인 순간은 세대를 넘어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김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연구개발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우리별 위성 개발을 주도하며 한국 인공위성 연구와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성장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SaTReC)가 개소 30주년을 맞았다. 연구소는 1989년 개소 직후 곧바로 서리대와 국제공동연구협약을 맺고 전기전자, 물리학, 통신, 제어, 회로 등 각각의 전공 분야 학생 9명을 두 해에 걸쳐 파견해 위성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게 했다. 군사작전처럼 전개된 이 프로젝트 덕분에 한국은 세계 22번째 위성 보유국으로 발돋움했다. 만년 꼴찌 야구팀이 9회 말 부활을 예고하는 만루홈런을 친 것만큼 극적인 사건이다.
이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외국의 대형 위성 기업으로 진출해 위성 전문가로서 경력을 이은 사람도 있고 우주 기업을 창업한 사람도 여럿이다. 연구소 재직 시절 자세제어팀에서 근무했던 이성호 드림스페이스월드 대표는 위성 제어 기술 연구개발 경험을 살려 2010년 드론 및 초소형 위성(큐브샛) 개발 기업을 창업했다.
서리대에 파견 갔던 학생과 연구소 직원들이 주축이 돼 1999년 설립한 위성기술기업 쎄트렉아이는 세계 소형 위성 제작 분야에서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기술 이전 형태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현지 인력과 함께 ‘칼리파샛’ 위성을 제작하기도 했다. 외국에서 위성 기술을 배워온 주역들이 이제는 다른 나라에 위성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은 “우주에 대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연구 집단인 만큼 성과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연구소 출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위성 개발이 가진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원격탐사 연구를 맡았던 이정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가스분석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가장 가볍고 매우 민감한 최첨단 장비가 실리는 첨단 위성을 개발한 경험이 타 연구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연구소도 최근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국내에는 우주에서 수행하는 과학 연구가 부족하다”며 “인공위성연구소는 소형 위성을 이용해 과학연구를 지원하고 우주를 탐사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대표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주요 주립대에 연구센터를 열어 각각 특화된 연구를 하고 있다”며 “KAIST의 인공위성연구소가 이런 연구로 롤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