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국회 운영위원회의 1일 청와대 국정감사가 야당 의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방으로 파행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화를 내고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삿대질을 했다.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 잘못된 일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사과 대신 시종 “우리 사회의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려고 노력했으나 국민 요구는 더 높았다”며 말을 돌렸다. ‘조 전 장관 인사는 실패냐’는 질문에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야당 의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대통령과 닮아간다”고 비판하자 “무슨 대통령 닮아간다는 말을 하느냐.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나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문가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우기지 말라”고 하자, 정 실장 뒤에 앉아있던 강 수석이 느닷없이 끼어들어 “우기다가 뭐냐. 똑바로 하라”며 삿대질을 한 것이다. 본인 답변 차례도 아닌데 불쑥 끼어들고 화를 내는 것은 상식 밖이며 무례하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대통령을 대리해 야당과 소통해야 할 정무수석이라는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국감은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해 정부 기관의 공과를 따지는 자리다. 다소 듣기 거북한 비판도 참고 듣는 것이 공직자로서 도리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 의원들의 꼬투리 잡기가 지나쳤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이 이날 국감장에서 보인 모습은 피감기관의 태도로서 부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야당과 국회를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국민의 평균적 정서와는 한참 거리가 먼 이들의 현실인식은 최근의 국정 난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