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사람들이 정치인들 특히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대통령의 일상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바람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해 봤을 때 나에게는 우려스럽게 다가온다. 성큼 다가온 미세먼지 철, 우리나라의 선출직 정치인들도 감정적인 반응은 자제해야한다. 그렇다면 선출직 정치인들은 환경문제 특히 대기환경 문제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첫째로 정치인들은 대중보다 한발 앞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부통령 앨 고어는 1980년대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 당시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학자들과 자주 비공식 원탁회의를 개최해 최신 연구 결과를 습득하고, 정책 청문회를 열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그가 2007년 지구온난화 문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노벨 평화상은 이렇게 오랫동안 학계와 정치권,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소통해 온 그의 인생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해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환경문제에 앞서가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뒷북만 치는 정책들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하는 불편한 일임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는 즉시 다음 선거를 고민해야 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희생’을 이야기하는 일은 자해 행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과학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도 사후약방문 처방인 인공 강우 같은 해결법에 정치권이 집착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 및 교통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 이상 국내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이는 사회적 비용 상승 및 국민들의 생활방식 전환과 직결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초입에 있었던 전파상은 이제 40대 이상의 사람들만 기억하는 유물 같은 존재다. 신상품이 워낙 싸고 빨리 개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면에는 저렴한 중국 상품이 있으며 저렴한 가격 뒤에는 저렴한 에너지원, 즉 석탄이 있다. 결국 중국의 대기 오염도 우리 생활과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 1961년 존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처럼 자신 있게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지 묻지 말고 나라를 위해 여러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환경문제에도 요구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