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맡은 최재림 키 188cm에 강력한 성량 매력적… 11년간 센 역할하다 ‘사랑바보’ 도전 아이다, 올해 끝으로 공연 마쳐… “명성에 흠 가지 않도록 최선”
최재림의 요즘 제1 관심사는 몸 만들기다. 뮤지컬에서 옷을 벗는 장면 때문이다. 그는 “마른 체형이라 맨날 먹기만 했는데, 요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단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연습실에서 만난 최재림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퍼주는 ‘사랑 바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른 게 안 보이는 점이 좀 닮았다”며 웃었다. ‘아이다’는 누비다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 딸 암네리스, 그리고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운명을 다뤘다. 엘턴 존이 넘버를 작곡해 팝 색채가 강하며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를 곁들여 ‘눈 호강’ 뮤지컬로 유명하다. 2005년 국내 초연부터 2016년 네 번째 시즌까지 73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실은 이런 사랑 연기는 최 배우에게 꽤나 낯설다.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11년 차 배우지만 첫 로맨스 도전이기 때문.
도전을 즐기는 성격 덕에 그는 마치 요즘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연습실에서 설렘을 느낀다.
“이전에는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을 때 짜릿했는데, ‘아이다’는 연습실에서부터 짜릿짜릿한 순간이 와요. 아직 설익은 상태지만 우연히 감정과 노래, 연기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딱 와요. 오늘도 한 번 있었어요. 이 맛에 합니다.”
‘아이다’와는 숨겨진 인연도 있다. 2010년 ‘아이다’ 공연 때 라다메스의 언더스터디(주연 대신 출연하는 배우)로 연습에 참여했다. 아쉽게 무대에 오를 기회는 없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라다메스를 품고 지내왔다.
“잊은 줄 알았는데 드문드문 10년 전 연습 장면이 기억나요. ‘내가 진짜 하고 싶었구나’ 새삼 느끼고 있죠. 연습을 하면 할수록 팝 감성이 짙은 넘버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뮤지컬 배우에게 춤과 연기, 노래, 무대 동화능력 등의 능력치가 1부터 10점까지 있다면, 그때 저는 마이너스 5점 수준이었죠. 그래도 지금은 이전보다 경험과 배움이 쌓여 조금은 더 나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요.”
‘아이다’는 제작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올해를 끝으로 브로드웨이 레플리카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본의 아니게 최 배우는 ‘문을 닫는’ 마무리투수가 됐다.
“수많은 선배들이 선보인 아이다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흠이 되지 않도록 잘 마무리하고 포장해야죠. 물론 관객이 나중엔 저만 기억할 겁니다. 하하.”
13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