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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드라마’ 시청자 눈길 잡았나

입력 | 2019-11-04 03:00:00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실험
작년부터 ‘유백이’ ‘영애씨’ 등 방영
제작팀 “시간 넉넉… 완성도 높여”
방송계 “주 2회 대세… 시기상조”



9월부터 방영한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2010년 원작 웹툰의 B급 감성과 만화적인 캐릭터 설정 등을 효과적으로 영상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tvN 제공


“전개가 느려 아쉬워요.”

매주 토요일 자정만 되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드라마 라이브 채팅창은 애청자들 탄식으로 가득 찬다. 금요일 오후 11시 주 1회 60분, 흔치 않은 편성에 제작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 tvN은 ‘불금 시리즈’를 편성해 지난해 9월부터 ‘빅포레스트’, ‘톱스타 유백이’, ‘막돼먹은 영애씨’ 등으로 주 1회 드라마 ‘실험’을 해왔다.

드라마 주 1회 편성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선 일반적이다. 국내도 2010년대 초, 금요일 저녁에 SBS ‘더 뮤지컬’(2011년), MBC ‘심야병원’(2011년) 등을 방영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월화, 수목, 토일 드라마 편성라인이 고정된 상황에서 금요일 하루는 제작비 대비 가성비가 높은 예능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쌉니다…’를 주 1회 방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웹툰이 원작인 ‘예능형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안상휘 CP는 “회마다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해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전했다. 전체 회차도 원작과 각색 분량을 고려해 12부작으로 줄였다. 16부작에 맞추느라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는 관행(?)도 자연스레 해결했다. 주문형비디오(VOD)로 보는 시청패턴이 늘어난 요즘, ‘본방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배우에게도 이런 제작환경은 긍정적이다. 김병철 등 출연자들은 현장에서 “캐릭터 연구할 시간이 생겼다”고 반색했다. 극 중 빠야족을 맡은 배우 10명은 율동과 대사 합을 맞추기 위한 합숙 시간까지 벌었다고 한다.

6월 말부터 촬영한 ‘쌉니다…’는 이번 주 마지막 촬영을 앞뒀다. 방영 직전까지 촬영·편집하는 웃지 못할 ‘생방송’ 상황이 없어졌다. 길어야 한 회에 이틀이 주어지는 편집 시간도 4일 이상으로 늘었다. 촬영A팀 주 52시간, B팀 주 16시간 등 촬영 강도도 개선했으며, 일반적인 A∼C팀 로테이션으로 들쭉날쭉한 촬영 결과물 관리도 용이해졌다고 한다.

물론 방송계에선 주 1회 드라마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지상파 편성관계자는 “광고나 간접광고(PPL) 단가가 주 2회 드라마에 맞춰져 있어 기존 체제를 흔들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장르 실험이나 제작여건 개선 등을 고려해서라도 주 1회 드라마 제작은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