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웨어러블 기기업체 ‘핏비트’ 2조4500억원에 인수
구글은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의 웨어러블 기기 기업 핏비트를 21억 달러(약 2조4500억 원)에 인수한다고 1일(현지 시간) 밝혔다. 핏비트 제공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핏비트가 10년 이상 모아온 방대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차지하기 위해 구글이 이번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빅데이터는 향후 인공지능(AI)과 만나 신약 개발을 비롯해 각종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쓰일 토대다. 한국에선 촘촘한 규제로 발이 묶여 있는 분야다.
○ 애플-삼성-구글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
2007년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와 에릭 프리드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핏비트는 웨어러블 기기의 개척자로 꼽힌다. 하지만 2015년 애플의 ‘애플 워치’에 이어 삼성 ‘갤럭시 워치’, 샤오미 ‘미밴드’ 등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말 미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는 파킨슨병 환자가 초청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과 손잡고 뇌심부자극술(DBS)을 받은 파킨슨병 환자와 시술한 의사 모두 삼성 기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얼 슬리 메드트로닉 부사장은 “(삼성과의 협업으로) 파킨슨병 환자 수천 명의 데이터가 수년간 쌓이면 최적화된 개인별 맞춤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바이오 데이터부터 발 묶여
하지만 한국에서는 구글도 삼성도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내놓기 힘들다. 첫걸음인 데이터 확보부터 막힌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별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동의를 모두 다시 받아야 한다. 바이오 스타트업 관계자는 “구글은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신약 개발까지 나서는데 한국은 의료기관에 저장된 데이터를 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과 IBM이 미국 경찰에 시범 적용 중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방지 솔루션도 한국에 도입되려면 갈 길이 멀다. 우선 갤럭시 워치에 생체지표 수집 기능을 넣는 순간 의료기기로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체지표에 이상이 발생해 곧바로 의료진에게 그 정보가 전달되면 현행 의료법에 따라 원격 의료로 간주돼 불법이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의료법 개정이 2010년, 2016년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된 상태다.
황태호 taeho@donga.com·곽도영 / 새너제이=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