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총리 퇴진 이후로도 내각 전체 개혁 요구
지난 달 부터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반정부 정권퇴진 시위가 3일(현지시간)에도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수천명씩이 시위와 행진에 나섰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서는 레바논 정부의 정치 엘리트들이 모두 퇴진해야한다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대통령궁 앞에는 이날 별도로 수 천명이 모여서 미셸 아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외치고 있었다.
인구 400만명의 소국 레바논은 지난 1975~1990년 내전의 후유증이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로 15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이 유입되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뚜렷한 주동자가 없이 각각의 반정부단체와 여러 종파의 신도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과거 내전시대의 정치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특히 지난 17일 정부가 왓츠앱을 비롯한 메신저 프로그램과 담배, 휘발유 등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민생고 해결과 부패 청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위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발전했고 27일 국토 전체를 잇는 인간 띠를 만들면서 정점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국기를 몸에 감고 국가를 부르며 민생고 해결과 부패 청산, 정권 퇴진 등을 촉구했다.
행사 주최자인 샐리 함무드 박사는 CNN에 “(북부 도시인) 아카부터 (남부 도시인) 시돈까지 17만명이 인간띠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우리(시위대)가 단결해 있고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셸 아운 대통령은 3일 베이루트 교외의 대통령궁 앞에 운집한 지지자 시위대를 향해 연설하면서 “ 지금 수많은 도시와 광장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무도 서로 공격하거나 시위대끼리 충돌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요구하는 뿌리깊은 정치부패를 근절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지 몇 시간 뒤에 반정부 시위대는 베이루트의 중앙 광장에 모여서 지난 주 사드 하리리 총리의 사임이후 시작된 정권 이양의 속도를 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했다.
시내의 집회는 지난 주에 이어 베이루트 최대의 참가인원을 기록했으며 이들은 지난 달 29일 시위대를 급습한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농성중인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며 색출을 시도한 이후로도 정권퇴진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운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 군중에게 “반정부 시위자들과 손잡고 부패를 척결하고 분렬 없는 나라를 건설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연설하면서 “하지만 부패는 워낙 오랜 세월 뿌리가 내려져 있어서 쉽게 근절하기는 어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리리 총리가 반정부 반부패 시위에 의해 낙마한 이후로도 시위대는 총리 뿐 아니라 정권 전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부터 수도 중심가의 여러 곳을 봉쇄한 채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와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 레바논 정국의 위기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