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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1년만에 자퇴, 30년후 1800억원 ‘잭팟’…재미교포 1.5세의 창업기

입력 | 2019-11-04 15:37:00

구글은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의 웨어러블 기기 기업 핏비트를 21억 달러(약 2조4500억 원)에 인수한다고 1일(현지 시간) 밝혔다. 핏비트 제공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만에 자퇴한 한 한국계 남성이 그로부터 약 30년 뒤 1800억원을 거머쥐는 ‘잭팟’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핏빗’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임스 박(박범진·49)이다.

4일 AFP통신·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박 핏빗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은 우리의 사명(mission)을 진전시키는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두 회사가 거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21억달러(약 2조4507억원)이다.

제임스 박의 핏빗 소유지분이 8%인 점을 고려하면 그는 이번 매각으로 1억5000만달러(약 1751억원)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릭 프리드먼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핏빗을 공동창업한 지 12년 만의 일이다.

제임스 박이 인생 대박을 터뜨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도전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세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 1.5세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보통의 삶을 살았다.

그가 했던 그간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하면 하버드 대학 자퇴는 그의 첫번째 인생 도전이자 결정으로 꼽힌다. 그는 하버드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지 1년만에 학교를 그만둔다. 제임스 박은 훗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대학졸업장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자퇴 후 그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로 일하지만 이마저도 1년 후 그만둔다. 그리고 인생 첫 창업에 나서며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제임스 박은 1999년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에페시테크놀로지’를 창업하지만 2년 만에 사업 부진으로 손을 뗀다.

실패에 안주하지 않은 그는 그로부터 석달 후인 2002년 1월 온라인 사진공유 서비스 업체인 ‘와인드업 랩스’를 설립한다. 페이스북이 설립되기 2년 전의 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초기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제임스 박은 ‘와인드업 랩스’를 2005년 미국 IT전문매체인 ‘씨넷’에 매각한다. 그리고 약 2년간 씨넷의 상품개발 디렉터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영위한다. 그러던 어느날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닌텐도의 ‘위’(Wii) 게임을 하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영감을 얻고 2007년 프리드먼과 ‘핏빗’을 창업한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의 일이다.

하지만 창업 후 디바이스 제조의 어려움 때문에 약 7번이나 파산할 만큼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제임스 박은 “창업 후 몇번의 미끄러짐이 있었다”며 “40만달러 정도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곧 반전을 맞이한다. 2008년 9월 한 콘퍼런스에서 핏빗 선주문량이 2000개임을 밝히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천명한 것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고 스마트폰을 선점할 때, 핏빗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웨어러블 시장을 개척하고 2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궤도에 오른 사업은 순항했다. 핏빗은 회사 설립 8년만인 2015년 웨어러블 업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제임스 박의 재산은 6억6000만달러(약 7600억원)다.

제임스 박은 구글 매각 결정을 발표하며 “우리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위해 우리 제품에 기대는 전 세계 2800만 사용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자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