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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못하면 30년 후 동아시아서 대규모 해일 매년 발생”

입력 | 2019-11-05 03:00:00

제2회 IPCC 대응을 위한 전문가 포럼
토지-해양 기후변화 보고서 발표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IPCC 대응을 위한 국내 전문가 포럼’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올해 IPCC가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등에 담긴 기후변화 전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기상청 제공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일반인에게 잘 와 닿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오대양의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같이 지구환경에는 중요하지만 일상에서는 제대로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주로 거론된다.

유엔 산하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꾸준히 내놓는 보고서도 그 일종일 것이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만든 IPCC는 지금까지 5차에 걸쳐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각 정부의 대응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2년 발간을 목표로 하는 제6차 보고서 준비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기후변화가 토지 해양같이 지구인의 삶의 터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특별보고서 2건을 최근 채택했다.

IPCC가 올 8월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9월 채택한 ‘해양 및 빙권(氷圈) 특별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기상청이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개최한 ‘IPCC 대응을 위한 국내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됐다. 이날 포럼 내용을 소개한다.

○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육지 온도 1.53도 상승’

포럼에서 발표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인간의 토지 이용 실태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국립산림과학원 김래현 연구관은 “농업, 산림 개간 등 인간의 토지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며 기후변화와 토지의 상관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 연구관은 “토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정책에 따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거나 반대로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현재 지구는 많이 뜨거워졌다.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육지 표면온도가 1.53도 올랐다고 적시했다. 바다를 포함한 전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인 0.87도의 2배에 가깝다.

토지 활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다시 토지에 악영향을 끼친다. 김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지구상의 건조한 지역이 늘어나고 산사태 산불 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식생(植生)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관은 최근 브라질에서 발생한 아마존 산불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중국은 대두(大豆)와 소고기의 주요 수입처를 미국에서 상당 부분 브라질로 돌렸다. 그러자 개발업자들은 아마존 밀림에 불을 질러 이른바 화전(火田)을 일궈 콩을 심고 소를 방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마존 산불이 예년에 비해 최근 300% 급증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관은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을 균형 있게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2300년까지 해수면 최대 3.5m 상승’

기후변화는 토지만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바다도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전망이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 실렸다. 국립수산과학원 한인성 연구관은 이 특별보고서 요약본을 소개하며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동아시아지역에서 100년에 한 번 일어날 대규모 해일 같은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이 2050∼2060년에는 1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 해수면이 2014년 IPCC 5차 보고서에서 전망한 것보다 10cm 높은 1.1m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았다. 2300년까지 평균 해수면이 3.5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는 최근 미국 환경 관련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다룬 연구결과와도 부합한다. 이 단체는 지난달 29일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0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해안지역 침수로 매년 3억 명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큰 피해가 집중된다. 한국에서는 약 130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별보고서는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도 표층 산소농도, 영양염류 등이 줄어들어 어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연구관은 “이대로라면 어업 생산량도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있고 생물종다양성과 연안생태계의 심각한 위기가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한국의 강수량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 임윤진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적 강수량이 연평균 11.54mm 오를 때 한국은 25.13mm 올라 상승폭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온은 지구 평균과 비슷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임 연구관은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