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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극복 로커 성장기, 팬들의 격려 큰힘 됐어요”

입력 | 2019-11-05 03:00:00

日밴드 ‘세카이노’ 멤버 사오리, 자전적 소설 ‘쌍둥이’ 국내 출간




일본 정상급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멤버 사오리(33·사진)가 자신의 첫 소설을 2일 한국에 내놨다. 이번에 번역 출간한 ‘쌍둥이’(현대문학)는 2017년 일본에서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사오리는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고 한 달은 꿈속에 멍하니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쌍둥이’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피아노 연주를 파고드는 중학생 나쓰코가 주인공. 독특한 분위기의 선배 쓰키시마는 사오리에게 “널 쌍둥이처럼 생각한다”고 말하고, 둘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위태로운 성장기를 함께한다. 20대가 돼 둘이 몸담는 밴드는 ‘세카이노 오와리’를 닮았다.

“소설에 100% 실화를 담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나오지 못했을걸요?”

나쓰코가 사오리의 분신이라면, 쓰키시마의 모델은 세카이노 오와리의 리더인 후카세다. 후카세는 청소년기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시달리다 정신병원 격리병동 신세까지 졌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결기로 ‘세카이노 오와리(세상의 끝)’를 만들었다. 사오리 역시 학창 시절 왕따를 겪었다.

“중2 때부터 쓴 일기장을 뒤적이며 소설을 써나갔습니다. 열여섯 살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큰 영향을 줬죠.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책장을 열면 방 안의 공기가 바뀌며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 가는 경험을 했거든요.”

사오리는 작사와 소설 쓰기는 천양지차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카세의 제안으로 집필을 시작했는데 몇천, 몇만 번이나 집필을 멈췄고 중도 포기도 두 번이나 했다. 그래서 5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만 개의 눈동자가 힘이 돼줬다. “무대 위에서 봤던 객석의 그 아이, 우리 음악을 들으며 울던 소녀 팬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쓰는 게 힘들 땐 ‘그 팬이라면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오리는 가장 힘주어 쓴 부분은 1부 끄트머리라고 귀띔했다.

“쓰키시마가 ADHD 판정을 받는 장면입니다. 나쓰코는 그것이 차라리 골절이나 맹장염처럼 눈에 보이는 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보이지 않는 병과 싸우는 모든 이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