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내집 싸게 구하기, 경매? 급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급매와 경매의 공통점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급매물은 말 그대로 급(急)하게 빨리 처분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급매물에는 대개 사연이 있고,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 당연히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무조건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오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형제가 부모에게 공동 명의로 상속받는 경우다. 상속받은 아파트를 보존하는 경우는 드물다. 형제간 의견 차이로 아파트를 싼값에 빨리 처분하려고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셋째, 집주인이 파산 위기에 몰린 경우다.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도 채권자에 의해 강제로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내놓아 빨리 처분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급매물이 싸게 나온 사연을 확인한 경우라면 매수해도 좋다.
경매는 무엇보다 매수 시점이 중요하다. 경매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때보다 오를 때 매수하는 게 가장 좋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 경매로 사는 건 조심해야 한다. 경매 절차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진행된다. 최소 1년, 심지어 수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다.
아파트 가격이 높은 시점에 매각 금액이 정해지고, 이후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런 때는 매각 금액의 80∼90% 수준에서 매수해도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사게 될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의 매수 시점에서 보면 결코 싸게 사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 매각 금액이 정해지고, 이후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면 매각 금액의 100%에 사들여도 시세보다 싸게 매수하는 셈이다. 따라서 경매는 가격이 떨어질 때보다 가격이 상승할 때가 유리하다.
실수요자들은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급매나 경매 중 어떤 게 유리한지 따져보지만 급매든 경매든 매수 시점이 어긋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매수 시점의 아파트 시세를 보고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급매가 유리한 매수 방법이다.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또 할인받아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지방과 수도권은 급매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 급매보다는 경매가 유리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