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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도 헬기 영상 찍어 놓고 “없다”고 한 공영방송 KBS 행태

입력 | 2019-11-05 00:00:00


지난달 31일 오후 독도에서 이륙한 중앙119 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소방대원과 환자 등 7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KBS가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에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영상을 찍어 놓고도 단독 보도 욕심에 경찰의 공유 요청을 거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2일 저녁 뉴스에서 독도에서 추락한 헬기의 이륙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단독 보도식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은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중략) 사고 이후 수십 명의 독도 경비대원이 그 고생을 하는데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며 “단독 보도 때문이냐”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KBS는 “직원은 헬기 진행 방향과 무관한 화면이라고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영상을 찍은 사실을 알고 공유를 요청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직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 수습에서는 사고 원인을 1초라도 빨리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고 해당 영상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경찰이나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다.

특종 욕심으로 영상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KBS의 해명을 믿는다 해도 9시 메인뉴스의 톱뉴스로 내보낼 만큼 중요한 영상을 확보했으면서도 처음에는 없다고 했다가 사흘이나 지난 뒤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꾼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KBS는 재난 주관 방송사이기도 하다. 이번 일을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누구를 위한 방송이며,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무엇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