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와 학계, 종교계 등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 1492명이 어제 대학 입학에 정시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시 확대는 5지선다 객관식 정답 찾기 교육을 강조하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며 “교육을 통한 특권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서열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교육 주체들이 찬반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논란 이후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를 공언하고 교육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밀어붙일 일인지 누구라도 혀를 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보진영 인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그동안 그들이 주도해온 교육실험의 후유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교육정책 선회의 원인은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나온 것이다. ‘부모 찬스’ 등 인맥을 통한 입시 부정을 막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책은 필요하다.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진보진영은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도 ‘특권교육’으로 낙인찍어 줄곧 폐지 대상으로 도마에 올렸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강남 8학군 부활 등 또 다른 특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학종 위주의 수시 역시 일반고 교실의 붕괴를 막자는 진보진영의 지지로 확대돼 왔으나 교과(내신) 관리나 비교과활동 지도 등 학교와 교사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교육 수요를 부풀리고 결국 입시 부정이 싹트게 됐다.
이 모든 게 진보진영이 이념에 치우쳐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강행하면서 벌어진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정시 확대 요구 여론이 거세진 배경에 진보교육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부터 성찰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대학의 자율성과 미래 인재의 양성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이념이 아닌 현실, 반대에 앞선 반성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