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3대 현안 점검]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확정 판결한 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일본에 공개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내건 첫 번째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다만 어떤 해법이든 대법원의 배상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논의를 시작해야 상황 해결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백화점식으로 아이디어를 던지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며 “결국 일본 기업과 한국 정부가 필수 행위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경제 갈등 역시 아직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정부는 9월 11일 불화수소 등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을 어겼다며 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한일은 지난달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양자협의에 이어 11월 중으로 2차 양자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은 3대 규제 품목에 대해 현재까지 총 8건의 수출을 승인했다.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포토레지스트 4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업계와 논의한 결과 연말까지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언제든 일본이 다시 수출을 옥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들은 정치적 대화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일 갈등으로 파생된 외교적 이슈 가운데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현안은 지소미아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청와대가 종료 방침을 밝힌 지소미아는 그대로 두면 23일 0시에 효력이 사라진다.
일각에선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일본이 수출 규제 철회 조치를 할 때까지 정보 교류를 제한하는 일시 유예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아직은 강하다. 일시 유예 자체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번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수출 규제 철회를 전제로 다시 협정을 맺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