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사회부 기자
하지만 송 씨의 ‘모험’은 꽤 성공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시어머니가 먼저 송 씨에게 “차를 한잔 마시자”고 했다. 차를 마시면서 시어머니는 송 씨에게 자신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들려줬다. “우리 세대는 여자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고 살림만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너희 세대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며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를 격려하기도 했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는 송 씨는 평소에도 자신을 배려해 주는 시어머니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날 느낀 기분은 색달랐다. 송 씨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시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어머니가 나를 이해해 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벅찼다”고 했다.
김지영이 50, 60대 장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30대 여성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다뤘다는 이 영화는 고부지간, 모녀지간처럼 세대가 다른 여성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측면이 있다. 영화를 통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딸이 친정 엄마를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김지영은 여성만의 입장을 다뤘다는 점을 두고 일부에선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봉 전부터 ‘남성에게는 1점짜리, 여성에게는 10점짜리 영화’라며 남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영화’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지영은 오히려 ‘통합의 영화’가 될 만해 보인다. 다른 세대의 여성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지 사회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