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서 비롯된 경기침체 수정 않고 공격적 재정확장에만 치중하는 정부 정권 후반 국가채무 비율 낮춰왔는데 관행 깨고 매년 증가시켜 포퓰리즘 의심 재정 책임성 높이는 메커니즘 만들어야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그동안 재정의 경기대응성도 좋지만 재정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소리가 있어 왔지만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세계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3.0%로 0.3%포인트, 한국은 2.0%로 두 배인 0.6%포인트나 하향 전망하면서 대세가 바뀌어 버렸다. 턱밑까지 차오른 가계부채로 금리인하 정책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선진 경제권에서 가장 공격적인 재정확장에 나서고 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재정건전성 논쟁에 쐐기를 박아 버렸다. 외국 언론까지 가세해 독일에 빗대서 한국에서 재정 보수주의는 결정적인 종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를 바로잡지 않고 재정확장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긍정적 통계만 원하는 방향으로 바라보면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다. IMF가 재정확대와 더불어 중기재정계획을 세우면서 동시에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을 할 것도 권고했는데 하고 싶은 면만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가 재정확대로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면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내걸고 재정지출을 마구 늘렸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벌써 살아났어야 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금 살포식 재정지출이 부처 간에, 지자체 간에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제어할 방안을 마련하면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 통상 초반에는 국가채무 비율을 높이다가도 후반에는 비율을 낮추어 왔던 과거 정부 방식에서 매년 증가 추세로 대담하게 바뀐 것은 대놓고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진의가 의심된다.
때마침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면서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에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겠다. 총지출증가율은 9.3%로 올해 9.5%에 이어 2년 연속 9%대로 경상 경제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 국채를 동원한 대규모 확장 예산이다. 예년 같으면 당위성과 사용처를 둘러싼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되겠지만 이번에는 속 빈 강정일 듯싶다. 매번 국회가 이번만큼은 ‘졸속 심사’ ‘밀실 심사’ ‘쪽지 예산’ ‘정쟁 연계’ 등 구태에서 벗어나겠다고 해왔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이 아닌가.
‘재정확장이라 쓰고 포퓰리즘이라 읽는다’는 논리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의 책임성(fiscal accountability)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인 시계에 바탕을 둔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현재 세대의 지나친 이익추구 행위는 막으면서 미래 세대에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국가채무 제한(debt limit) 제도를 도입해 세대 간 공평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명백한 규범이 없으면 포퓰리즘이 판을 치는 것을 못 막는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