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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타결’ 36억 명 시장이 하나로…농산물 악화는 숙제

입력 | 2019-11-05 01:18:00

4일 15개국 정상 RCEP 협정문 타결
개방 협상 막바지…2020년 최종 서명
미-중 갈등 韓 수출 감소폭 줄어들고
GDP·무역수지도 개선할 수 있을 전망
韓농산물 시장 악화·인도 불참 과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7년 만에 타결됐다. 한국·중국·일본·아세안(ASEAN) 10개국 등 총 15개 국가(약 36억 명)가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이게 됐다.다만 우리 농산물의 경우 향후 타격이 불가피해 과제로 남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현지 시각) 태국 방콕에 모인 15개 RCEP 참여국 정상이 공동 성명을 통해 협정문 내 20개 챕터 타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국 정상은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위협 속에서 규범에 기반을 둔 다자무역체계인 RCEP가 중대한 의의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RCEP 챕터는 상품, 무역 구제, 서비스(금융·통신·전문 서비스 부속서), 인력 이동, 전자 상거래, 투자,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 조치, 기술 규제 및 적합성 평가, 지식재산권, 경쟁, 정부 조달, 중소기업, 경제 기술 협력, 총칙 5개(예외·분쟁 해결 등) 등으로 구성돼있다.

각 챕터의 협정문은 모두 타결됐다. 상품·서비스·투자 시장 개방 협상은 막바지 단계로 일부 국가 간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협상을 마무리해 2020년 최종 서명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대 FTA…미-중 갈등 완충재 역할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인 RCEP 타결 시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르는 시장이 탄생한다. 정부는 RCEP 타결을 계기로 신남방 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미국을 대체할 중국·ASEAN 시장 접근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급격히 나빠졌던 한국 경제의 대외 불안정성을 안정화할 ‘완충재’ 역할을 RCEP이 해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앞서 발표한 ‘RCEP이 한국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RCEP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발생할 한국의 수출 감소폭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수입 증가를 억제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GDP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중이 전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은 장기적으로 수출은 75% 감소, 수입은 181% 증가한다. RCEP이 타결될 경우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22%로 줄어들고 수입 증가 폭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재원 한경연 국가비전연구실 연구위원은 “RCEP 타결 시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1.1%가량의 GDP와 11억 달러가량의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이라면서 “287억 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농산물 산업에는 악영향…인도 불참 숙제도

RCEP 타결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국 농·수산물 산업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은 RCEP 국가에 농산물을 31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66억8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내다 파는 농산물보다 사들이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RCEP 회원국 내 농산물 수출 경합도도 높다. 일본·베트남 시장에서는 중국과, 중국·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싱가포르와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RCEP 타결 시 보리·율무·고구마·녹두·팥 등 곡물류와 배추·당근·수박·양파·마늘 등 과채·채소류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각국 정상 공동 성명에 인도가 불참한 것은 숙제로 꼽힌다. 인도의 동참 여부는 RCEP 협정문 타결 막판까지 쟁점이 됐다.

RCEP이 타결되면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한 인도가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번 RCEP 협정문 타결에는 인도를 제외한 15개국만 참여했다. 13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가 RCEP에서 발을 빼면서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다만 RCEP 각 참여국은 인도와 협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를 참여시켜 RCEP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경제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