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자신이 살해한 고양이에 락스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리고 있다.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유창훈 판사) 심리로 5일 오전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정 모 씨(39)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인근 식당에서 A 씨가 키우는 고양이 ‘자두’ 의 꼬리를 움켜쥔 채 바닥에 내리치고, 머리를 수차례 발로 밟는 등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씨는 다른 고양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두를 살해했을 뿐 아니라, 근처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 씨는 고양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고양이를 죽일 생각으로 사료에 세탁세제를 섞어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고양이를 죽인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 줄은 몰랐다며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정 씨는 재판정에서 “(세제 섞인 사료를 들이댔으나) 반응이 없어서 약이 올라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어 “고양이를 싫어하냐”는 검찰의 질문에 “원래는 그렇게 안 좋아하지는 않은데 과거에 고양이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고 산책할 때마다 눈에 띄었다”며 “산책할 때만큼은 마음 편하게 산책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 “2018년부터 고양이 학대와 포획장면 등이 담긴 유튜브를 시청했냐”는 검찰의 질문 “그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고양이를 죽인 것은) 사실이고 인정하고 우발적으로 했던 것”이라며 “최초에 접근하기로는 장황하게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그냥 (세제 섞인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회를 많이 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분들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인 혐의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타인 재물에 대해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물 손괴죄까지 인정받기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는 A 씨와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마동친)’ 회원들이 출석해 재판을 지켜보며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회원은 판사를 향해 “국민청원이 20만을 넘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 처리된다면 매일 같이 학대받는 동물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한편 정 씨의 선고 공판은 21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