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용객 늘면서 통폐합… 최근 5년간 영업점 19곳 줄어 어르신들 “스마트기기 불편해… 은행업무 보려면 먼길 나서야”
4일 대구 달서구 옛 대구은행 두류동지점. 올해 8월 1일 폐쇄된 이곳은 광장지점과 통합돼 비어 있는 상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4일 찾은 대구 동구 신천동 모 아파트 상가 내 옛 대구은행 신천역지점. 2011년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입점한 지점은 약 8년 만에 문을 닫았다. 대구은행 측은 ‘점포 운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폐쇄했다고 알리며 가까운 신천동지점과 통합했다는 설명이 담긴 안내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에게 가깝지 않은 거리다. 옛 신천역지점과 신천동지점은 약 530m 거리로 어른 걸음으로 약 8분이 걸렸다. 몸이 성치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은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 경북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대구은행이 영업점을 줄여나가면서 전자금융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층과 장애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 기술 발달로 업무 대부분을 은행 밖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지만 전자금융 소외계층인 노인들과 일부 장애인들은 여전히 은행 영업점을 이용하고 있다.
5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2014년 177곳이었던 대구의 영업점(출장소 포함)을 최근까지 158곳으로 줄였다. 올해만 영업점 6곳을 통폐합했다. 전자금융 발달에 따른 영업점 이용 고객 감소가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로 모든 은행을 거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나와서 영업점 이용 고객이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인력 구조 조정과 수익 제고 차원에서 영업점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영업점 감소는 노년층과 장애인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5월 발표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모바일 뱅킹을 사용해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이 전자금융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명련 씨(83·여)는 “모바일 기기 사용법이 복잡해 은행에 직접 가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노령연금 수급일인 매달 25일만 되면 영업점마다 노인들로 가득 차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은행원은 “귀가 어두운 노인분들이 많아 그날은 목이 다 아플 정도다”고 말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영업점 감소로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해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뱅킹 음성지원 시스템이 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은행에 꼭 가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애인이 많은데 영업점이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자금융 소외층은 거주지와 가까운 영업점이 사라져 다른 영업점까지 가야 하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다. 올해 대구은행이 폐쇄한 영업점 6곳은 통합 영업점과 가깝게는 350여 m에서 멀게는 1.2km나 떨어져 있다. 어른 걸음 기준으로 길게는 20분 가까이 걸린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자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여러 방안을 도입해 고객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