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大 실태조사 ‘맹탕’ 논란
교육부가 전국 13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를 조사해 기재가 금지된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 및 추천서 366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대학이 대부분 전형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자체 적발해 이미 불이익을 준 데다 명백한 불법도 아니어서 교육계에서는 ‘맹탕 조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또 학종 합격률 분석 결과에서도 대학들이 학종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 부모 찬스, 교직원 특혜 확인 못 해
2012년 학종 도입 후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이른바 ‘부모 찬스’나 교직원 특혜 같은 사례는 규명하지 못했다. 지난달 11일부터 2주간 짧은 기간에 각 대학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는 ‘서면조사’인 걸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 학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가나다순) 등 전국 13개 대학이다.
하지만 해당 대학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확인해 ‘0점 처리’ 등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격 가능성이 큰 지원자를 합격 처리하는 불공정 사례는 포착되지 않았다. 최근 4년간 교직원 자녀 지원은 1826건, 최종 합격은 255건(14.0%)이었으나 역시 특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소서 기재 금지를 위반하고도 불이익 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있어 특정 감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교 프로파일’(공통고교정보)이 사실상 ‘스펙’ 홍보용 창구로 활용된 점도 새로 드러났다. 고교 프로파일이란 각 고교가 대입을 위해 대교협에 제출하는 일종의 학교 소개다. 학교 현황 등 필수정보 외에 추가 자료를 입력한다. 그런데 일부 학교는 교내 수상자 명단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최근 수년간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을 기입했다.
○ 고교 서열화 뚜렷했지만 등급제 증거는 없어
교육부는 이날 대학의 고교 유형별 학종 합격률이 과학고·영재학교(26.1%), 외국어고·국제고(13.9%), 자율형사립고(10.2%). 일반고(9.1%) 순이라고 밝혔다. 일반고 학생은 이들 대학의 학종에서 내신 1.5등급 이내가 합격하지만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은 2.5등급 안팎의 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교육계에서는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를 앞두고 학종 공정성 논란을 이들 고교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외고·국제고 전국학부모연합회는 5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외고·국제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마치 원칙에 어긋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오인받고 있다”며 “고교 교육정책에 맞게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학종 합격률이 높은 것이지 특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11월 말 학종 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입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발표할 경우 교육계 안팎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사 대상인 A대학 관계자는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학종의 비중을 늘리라고 했던 교육부가 이제 와서 학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셈”이라며 “이번 결과에서 보듯 대학은 학생들이 제출한 학생부 기록에 근거해 공정하게 선발해 왔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최예나·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