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과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리 장관은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대기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는 2013년부터 5년간 43% 줄었다.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중국은 대기 질 회복을 위해 노후 생산시설을 없애고 관리를 강화했으며 화목(火木)난방을 청정난방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노후 차량 2000만 대를 퇴출했다”고 말했다. 그의 자화자찬이 견강부회로 들리기까지 했지만 중국 정부와 시민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리 부장의 ‘단호한’ 모습은 지난주 국무총리 소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발표한 ‘계절관리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과 오버랩됐다. 정부가 내놓은 이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올 9월 제안한 내용을 반영했지만 원안보다 후퇴한 부분이 있고 실행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몇 기나 중단할 것인가는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을 정할 때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무도 선뜻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석탄발전을 줄여야 하고 그러면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 힘들어하는 것일 터다. 경유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경유 가격 조정은 아예 2021년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 전에 거론하기를 꺼린다는 인상이다.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시기가 닥쳤다.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까 우려된다. 국민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미세먼지의 악영향을 걱정했다면 전 부처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가 해당 지자체도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정말 미세먼지 줄이기에 자신 있는 걸까.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