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 정부의 시위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홍콩 인권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투자한 기업이 많은 주(州)의 의원들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이유로 홍콩 문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중순 미 정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에 부여된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등 4개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홍콩은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 정책법’에 따라 현재 미 정부로부터 관제·투자·무역·비자발급 등 분야에서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긴급한 문제에 대한 법안이 초당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데도 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접견 당시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엔 홍콩 시위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했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소개하면서 이를 홍콩 인권법 등의 처리가 지연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 서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앞서 미 하원의 홍콩 인권법 처리에 대해 “중국의 발전을 막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훼손시키려는 악의적인 의도”(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라며 보복조치를 시사한 점을 들어 “농업지대이거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많은 주의 상원의원들이 일부러 법안 처리를 늦추거나 아예 법안 처리를 막으려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 의회는 연말을 앞두고 하원발(發)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와 새해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발생 가능성 등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홍콩 인권법은 이미 ‘의회 지도부의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의회 관계자는 “상원의 국방 관련 법안이나 예산 법안에 홍콩 관련 법안을 포함시키는 게 그나마 처리를 서두를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