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비롯, 전세계는 스타트업을 주목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ICT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 상장 기업 중 상위 10개 기업 안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네이버(NHN), 카카오 등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이사장 김경표, 이하 경콘진)은 스타트업 지원 센터 '경기문화창조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경기문화창조허브는 2002년 3월 개소한 부천 클러스터와 2014년 5월 개소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2015년 4월 개소한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 2015년 6월 개소한 북부(의정부) 경기문화창조허브, 2018년 1월 개소한 서부(시흥) 경기문화창조허브, 2018년 12월 개소한 고양 경기문화창조허브 등 총 6개소를 운영 중이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9층의 평일 모습, 오픈 공간을 찾은 예비 창업자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개소 후 지금까지 창업 983건, 일자리 창출 2,361건, 스타트업 지원 1만 7,597건, 이용자수 24만 4,340명, 투자유치 394.9 억 원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전체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주요성과 및 성공사례, 출처: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스타트업에게 '성장'라는 의미
전세계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특히, 초기 창업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 창업 선진국은 성장 지원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외 스케일업 생태계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과 서유럽 등은 단순 창업 보다 외형 확대와 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scale-up)' 정책을 시행 중이다. 'Scale up UK', 'Sacle up America' 등 국가명에 스케일업을 붙인 관련 정책과 사례 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케일업, 성장을 위해서는 생태계적 관점이 필요하다. 정책(Policy), 금융(Finance), 문화(Culture), 지원(Supports), 인재 (Human Capital), 시장(Markets) 등 총 6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출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스케일업을 통한 지역 중소도시 혁신 방안' 중
스타트업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과 예산, 투자 및 지원 기능, 법제 및 규제 프레임워크, 정책 연구 기관 등이 필요하고, 스타트업 성장 활동의 핵심 자원인 자금조달 원천인 금융 자본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성공 사례를 통해 일반 기업에게 역할 모델을 부여하고, 성공 사례를 홍보해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문화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사회 기반 시설, 지원 직업군(법률, 회계, 투자자, 기술 전문가 등), 비정부 기관 등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요소와 함께 고민하며 도전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력, 해당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 기관 등 인재 요소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매출 성장에 필수적인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과 기업가의 사회적 자본으로서 인적 네트워크, 글로벌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등 시장 구성요소도 필수다.
판교 허브가 지원하는 네트워크
제 1회 판교 브런치밋업 모습
판교 브런치밋업은 캐주얼 네트워킹을 지향한다. 판교 경문화창조허브 9층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오픈된 공간에서 느슨한 분위기 속에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가깝다. 브런치밋업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맛있는 점심'이 꼭 들어가 있는 이유다.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매니저는 "사실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문화권이다 보니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첫 대화, 첫 어색함을 깨는 것이 중요했다. 자리를 마련했더니 관심 없이 지나가더라도 2번, 3번 연속하면서 점차 대화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제 2회 판교 브런치밋업 모습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판교 브런치밋업 행사는 매달 1번씩 진행, 어느새 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매회 행사에는 액셀러레이터, 투자 전문가, 비즈니스모델 분석가 등 외부 초청자와 경기도가 양성한 스타트업 창업 지원 전문가 문화플래너가 동참한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지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판교 브런치밋업은 가벼운 분위기의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면, '지식+구인파티, 지구인파티'는 테마를 가지고 연사를 초청해 관심있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참여를 받는, 보다 큰 규모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지구인파티는 배달의민족, 업드림코리아 등 스타트업 초기단계를 거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임원을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직접 구인할 수 있도록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 1회 지구인파티 포스터
판교 허브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인공은 스타트업이어야 한다'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 참여 연사, 초청 게스트는 어디까지나 조연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현장에서 스타트업에게 정해진 정답 또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스스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문제를 대화하고 나누는 것을 우선한다. 이후에 할 수 있다면, 외부 전문가, 초청자 등을 통해 같이 해결방법을 찾는다. 해당 과정에서 쌓는 인적 네트워크는 덤이다. 판교 허브의 프로그램 담당자는 "스타트업의 긱,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찾고자 노력 중이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전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