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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의 정성이 짜장면보다 더 향기로워요…”

입력 | 2019-11-07 03:00:00

‘김해햇빛사랑봉사회’ 무료급식… 中식당 부부 13쌍이 12년간 활동
교도소-사회복지시설 등서 봉사,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 수상 영예




경남 김해햇빛사랑봉사회 박희태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회원 등이 5일 낮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짜장면 나눔행사를 갖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햇빛사랑봉사회 제공

구수한 짜장면 냄새보다 더 진하고 향기로운 봉사자들의 온기가 식당 가득 퍼졌다. 겨울의 문턱이라는 입동을 앞뒀지만 날씨는 이들의 마음을 닮아 더없이 맑고 화창했다.

5일 오전 11시 반경 경남 김해시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성우) 1층 경로식당. 김해지역 어르신 600여 명이 사랑으로 버무린 짜장면에다 물만두, 음료를 곁들여 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은 어르신들은 “실력 있는 요리사들이 만들어서인지 어느 식당보다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수길 어르신(73)은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이 복지관은 재단법인 김해시복지재단(이사장 허성곤 김해시장)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날 행사는 김해햇빛사랑봉사회(회장 박희태)가 마련한 제59차 무료급식 봉사활동. 햇빛사랑봉사회는 김해지역 중국음식 전문식당 부부 13쌍이 회원이다. 어방동 태성춘 대표인 박희태 회장이 창립해 2007년 4월 3일 첫 급식봉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한결같이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고 있다.

박 회장을 비롯해 김재만 사무장과 양윤철 회원 등 20여 명은 전날 오후 태성춘에 모여 재료를 만들었다. 양파와 양배추, 돼지고기를 다듬고 밀가루를 반죽하는 등 2시간 가까이 품을 들였다. 이어 이날 오전 6시 반 선발대가 태성춘에서 짜장을 볶아 큰 용기에 담고 트럭에 실어 복지관으로 옮겼다. 복지관 주방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김해지부의 도움을 받아 면을 뽑고 삶아 냈다. 이들의 능수능란한 손놀림도 어르신들의 눈요깃감이었다. 김 사무장은 “즉석에서 요리를 해야 제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재료비도 봉사회에서 부담했다. 복지관 김연희 주임은 “무료급식 특별행사는 복지관 이용 어르신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면서 재능기부에 대한 의미를 더하는 소중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햇빛사랑봉사회의 사랑 나누기는 김해시의 자랑일 뿐 아니라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해마다 교도소와 노인, 사회복지시설 등을 두루 찾아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짜장면, 탕수육 등 계절과 형편에 맞는 음식을 대접한다. 중식당을 운영하다 은퇴한 박형근 씨와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 등이 고문이다. 회원들은 두 달마다 개최하는 봉사활동에 묵묵히 참가한다.

고집스럽게 주위를 챙긴 이 단체는 ‘2019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의 물적 나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7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다. ‘나눔, 다함께 그늘진 사회 구석구석에 밝은 빛을’이라는 주제로 한국사회봉사연합회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다. 햇빛사랑봉사회 회원들은 이날 오전 태성춘 앞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청남대 관광을 거쳐 시상식장에 가기로 했다.

박 회장은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고생한 결과다. 소중한 상인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변함없이 이웃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