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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最古 사찰 ‘대통사’ 본래 모습 드러낼까?

입력 | 2019-11-07 03:00:00

명문기와-귀면와 등 8200여 점 공주시내 4곳서 연이어 출토
대통사 원형 찾기 작업 다시 활기




대통사의 디지털 복원 이미지. 2010년 백제문화제(대백제전) 당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선임연구원이었던 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가 고증을 통해 복원된 부여 능사(陵寺)와 일본에 남아있는 백제계통의 목탑(木塔)을 참고해 복원했다. 대통사의 정확한 모습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제공

백제시대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진 ‘대통사(大通寺)’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낼까? 지난해부터 충남 공주시내 4곳에서 대통사 건물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연이어 출토돼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공주시 반죽동 176번지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대통(大通)’, ‘대통사(大通寺)’, ‘대통지사(大通之寺)’ 등의 글자가 온전히 남은 명문기와와 귀면와(鬼面瓦), 연꽃무늬 수막새 등 8200여 점이 출토됐다고 6일 밝혔다. 한국문화재재단도 인근 반죽동 205-1번지에서 대통사 명문기와 등의 출토 유물 발표회를 가졌다. 가경고고학연구소는 반죽동 204-1번지에서 유물을 발굴해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지난해에는 반죽동 197-4번지에서 유사한 유물들이 대거 발굴됐다.

176번지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들어 기존의 백제시대 문화층 위에 1m 이상 성토한 대지와 석재로 만든 4.2m 규모의 정방형 기초시설 2기가 나란히 발견됐다. 주변에선 와적 구덩이가 나왔다. 이창호 책임연구원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대통사 명문기와가 함께 출토된 것으로 미뤄 백제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대통사가 이어졌고 176번지는 통일신라시대 확장된 대통사 영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연이은 출토로 대통사의 위치를 가늠해볼 단초가 마련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병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은 “대통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발굴조사를 통합해 대통사의 위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통사는 ‘삼국유사’에 사찰의 창건연대(527년·백제 성왕 5년)가 명확히 전하는 백제시대 최고(最古)의 불교사원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찰 모습을 복원하고 위치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일제강점기 공주고보 교사였던 일본인 가루베 지온(輕部慈恩)은 ‘반죽동 당간지주’(보물 제150호) 주변에서 명문기와와 석조 등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주변을 대통사 터로 추정했다. 당간지주는 이번 출토지에서 남동쪽으로 150m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1990년대 공주대박물관이 당간지주 터에 대해 발굴조사를 벌인 후 추적 작업은 한동안 주춤했다. 조사에서 관련 유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당간지주도 다른 곳에서 옮겨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근 반죽동 일대에서 가옥 신축에 앞선 사전 문화재 발굴조사로 유물이 발견되면서 추적 작업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학계에서는 공주사대부고 정문에서 대통교로 이어지는 ‘감영길’을 중심으로 대통사가 형성됐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유물이 출토된 4곳이 모두 포함된 지역을 더 유력하게 보기도 한다. 서정석 공주대 교수는 “반죽동 당간지주가 옮겨왔더라도 주변에 있었을 것이고 감영길은 대통사 건립 당시에도 주요 간선도로였을 것임을 감안할 때 감영길과 공주문화원 사이가 대통사 터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본다”고 말했다.

조원창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은 공주대백제문화연구소 간행물에 게재한 논문에서 “더 넓은 범위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문헌상의 대통사가 현실 세계에서 확인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공산성 및 송산리고분군과 더불어 중요한 백제문화유산인 대통사의 재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사 원형 찾기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정섭 공주시장은 올해 1월 시민과의 대화에서 “대통사를 재현해 보려고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