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철폐 말 믿다간 검찰 법원 불려 다녀야 할 판 홍남기 부총리, 이제라도 아닌 정책에 ‘No’ 해야
김광현 논설위원
‘타다’ 기소는 규제혁신을 둘러싼 현 정부의 속내와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동시에 규제혁신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표 떨어질 규제개혁은 없을 것 같다. 의료업계가 반대하는 원격진료, 숙박업계가 반대하는 공유숙박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공유차량 서비스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 좋을 듯싶다. 외쳐 봐야 쇠귀에 경 읽기이고 기대해 봐야 희망 고문일 뿐이다.
정부는 나열하지 않은 규제는 모두 허용한다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큰소리쳤다. 립서비스였다. 이 말 믿고 새로운 사업 시작했다가는 검찰 법원에 불려 다닐 ‘타다’ 꼴이 나기 십상이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면 경제부총리가 총대를 메야 한다.
정치인인 대통령의 뒤집기 발언은 그렇다고 쳐도 경제부총리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확장도 어느 정도다.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2%대인데 재정지출 증가율은 2년 연속 9%가 넘는다. 내용은 더 문제다. 보건·복지·노동 지출은 12%대 증가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확대되는 재정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라고 스스로 묻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답한다. 다만 늦은 밤 홀로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왜 이런 말을 대통령 앞에서, 공개 회의석상에서 하지 못하는가.
정책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선거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은 정치와 권력의 속성이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통령정책실장,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서 2∼3년 뒤, 혹은 다음 세대에나 효과가 날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홍 부총리도 다음 달이면 벌써 취임 1년이다. 경제부총리의 평균 임기가 1년 1개월 정도다. 당장 나가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기간이다. 이제라도 눈치 보지 말고 선배 동료들에게, 무엇보다 국가 경제와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작점은 오랜 경제 관료 경험에서 봤을 때 분명히 아닌 것에 대해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