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전신 화상을 입은 초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초중증 환자 이송 시스템과 지원 부재로 생존율은 1∼5%에 불과하다. 푸른병원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화상 환자 중엔 ‘초중증’ 화상 환자들이 있다. 초중증 화상이란 체표면적의 40% 이상 또는 3도 화상의 범위가 체표면적의 30% 이상인 심각한 화상을 말한다. 화상의 범위가 넓은 만큼 사망 확률도 높다. 화상범위가 50%면 사망확률이 50% 이상이다.
초중증 화상에 해당되는 환자는 전국 5개 화상전문병원(대구 1곳, 서울 2곳, 부산 2곳) 이송 기준으로 연간 1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초중증 화상 환자들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초기대응, 즉 골든타임인 72시간 내에 치료를 해야 된다. 초중증 화상 환자의 생존확률은 1∼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외과, 정형외과, 내과, 성형외과 등의 협진이 가능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그나마 회생할 확률이 높다.
초중증 환자는 전신화상으로 상처가 감염돼 화상합병증이 대개 발생하므로 고가의 주사제 및 비급여 창상치료재료들이 사용된다. 대부분 보험혜택이 없어 일반 화상 환자에게는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환자 보호자의 동의도 구해야 된다. 이 때문에 의료진도 치료재료 사용에 앞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초응급 상황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금전적인 부담 탓에 초기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할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가령 화상부위에 자기 피부를 떼어내 배양해서 이식하는 ‘홀로덤치료’ 또한 산업재해 환자에게만 보험혜택이 적용될 뿐 일반 화상 환자는 100% 본인 부담을 해야 한다.
체표면적 40% 환자의 경우 1장에 56cm² 크기인 홀로덤 치료재료가 130여 장이 필요하다. 치료금액을 환산할 경우 재료비만 1억 원이 넘는 금액이 발생한다. 그래서 초중증 환자 치료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환자에게 이를 쉽사리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비용을 지불하지 못할 때 응급의료비용을 국가가 의료기관에 대신 지급해주고, 나중에 환자 본인을 포함한 상환의무자로부터 돌려받는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가 있다.
초중증 화상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송시스템도 중요하다. 치료가 가능한 근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보다는 권역별로 인접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즉시 이송해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골든타임에 도달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없다면 우선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 먼저 치료를 받은 뒤 전문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런 이송시스템이 전무하다.
전문병원의 취지이자 화상전문병원의 존립 이유는 ‘사회적 취약부문의 공공성 강화’다. 하지만 치료비용 문제가 결부될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를 진행할 수 없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무엇보다 생사를 오가는 초중증 환자는 보험종별의 구분 없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초기치료 및 치료과정에 드는 모든 재정적 부담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초중증 화상 환자의 20∼30%는 살린다. 우리나라는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사망하는 질환이 초중증 화상환자들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