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예 사회부 기자
올해 3월 A 씨는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A 씨는 한 시민단체의 ‘채팅앱 모니터링 요원’이다. 채팅앱에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이 게시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A 씨가 찾아낸 문구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나오는 음란 동영상을 100개당 1만5000원에 판다’는 뜻이었다.
이 문구를 발견한 A 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판매자에게 연락해 ‘영상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판매자에게 동영상 363건을 이메일로 받아 청소년이 등장하는 63건을 추렸다. 그러고는 이 자료를 경찰서에 내면서 판매자를 고발했다. A 씨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판매자 B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영상을 구입한 수백 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판매자를 수사하는 경찰은 앱 업체를 압수수색해 채팅 기록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엔 판매 게시글이 각종 은어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경찰이 ‘음란물 유포 목적의 글’이라 단정 짓고 압수수색에 나서기 어렵다고 한다. 한 시민단체는 올해 1월 한 채팅앱에서 음란물 판매 목적으로 보이는 게시글을 찾아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 문구를 놓고 앱 업체를 압수수색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수사팀은 강제수사 대신 문구 게시자를 앱에서 강제 탈퇴시켜 줄 것을 해당 부처에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채팅앱을 통한 음란물 유포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올 1월부터 9월까지 음란물 유포 등을 이유로 앱 업체에 시정조치를 내린 건수는 2384건이다. 2년 전인 2017년(370건)에 비해 6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채팅앱을 청소년유해물로 정해 청소년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수년간 주장해 왔다. 음란물 유포 목적의 글을 관리하지 못한 앱 운영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음란물 유포글이 범람하는 채팅앱에 대한 신속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시민단체의 ‘함정수사’로 경찰이 비로소 수사에 나서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채팅앱을 통한 음란물 유포를 막을 수 없다.
고도예 사회부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