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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같은 시저스킥, 8강 골문 열었다… 10년만에 U-17 월드컵축구 8강행

입력 | 2019-11-07 03:00:00

한국, 앙골라에 1대0 승리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의 공격수 최민서가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앙골라와의 16강전에서 전반 33분 오른발 시저스킥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공격 3분의 1 지역(상대 골문 근처)에서 과감한 플레이와 빠른 판단을 하자.’

골잡이 최민서(17·포항제철고)는 17세 이하(U-17) 브라질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를 숙소 방문 앞에 붙였다. 장난기 많은 고등학생은 ‘보너스’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엄마표 보너스. 4강에 가면 50만 원, 골 수당은 10만 원.’

4강 이상을 목표라고 밝힌 그는 빠른 판단에서 나온 값진 골로 한국의 8강을 이끌었다. 한국은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앙골라와의 16강에서 최민서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역대 세 번째이자 손흥민(토트넘)이 뛰었던 2009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8강에 올랐다. 역대 U-17 월드컵 최고 성적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표팀은 일본-멕시코의 16강(7일) 승자와 11일 4강행을 다툰다.

한국은 앙골라에 볼 점유율에서 42%-58%로 밀렸다. 하지만 최민서의 ‘한방’과 강한 수비로 승리를 낚았다. 전반 33분 정상빈(매탄고)의 슈팅이 앙골라 골키퍼에게 맞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최민서는 내려오는 공을 트래핑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연결했다. 앙골라 수비가 걷어내려고 찬 공은 골문 안으로 향했다.

‘제2의 황의조’(보르도)로 불리는 최민서는 최전방 공격수다. 이번 대회 2골을 기록 중인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을 할 수 있고 패스 연계 능력이 뛰어나다. 최민서는 “황의조 선배의 슈팅 기술을 닮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7개 이상을 기록해 팀을 더 높은 곳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서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면서 한국은 1-0으로 승리했다. 득점에 성공한 최민서가 환호하는 모습(왼쪽 사진). 최민서는 월드컵 기간 중 자신의 숙소 방문 앞에 공격수로서의 각오와 대회 목표 등이 적힌 종이를 붙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주장인 골키퍼 신송훈(17·금호고)은 수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앙골라는 13개의 슈팅(한국 7개)을 퍼부었지만 신송훈이 몸을 던져 공을 막았다. 또한 정확한 킥으로 역습의 출발점 역할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신송훈은 손으로 던지는 공이 하프라인까지 가고, 킥은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날아간다. 동료들이 “가끔 무섭기도 하다”고 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7경기(결승전까지 뛰겠다는 뜻)를 하고 돌아가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앙골라 에이스 지투를 꽁꽁 묶은 측면 수비수 이태석(17·오산고)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태석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이을용 제주 코치(44)의 아들이다. 이태석의 악착같은 수비에 막힌 지투는 후반 14분 교체 아웃됐다. 이태석은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지투가 장기인 왼발 킥을 못 하도록 막은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6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강인(18·발렌시아)을 앞세워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U-20 대표팀과 달리 U-17 대표팀은 스타플레이어가 많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묵묵히 훈련에 매진한 아우들은 형들처럼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8강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김정수 감독은 “우리는 도전하고 모험하는 팀이다. 8강 상대가 일본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팀을 만나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