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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이닝 10K… 양현종 ‘에이스의 품격’

입력 | 2019-11-07 03:00:00

‘프리미어12’ 한국, 호주에 5-0 승
볼넷 없이 내야안타만 1개 허용… 체인지업에 호주 타선 속수무책
한국 투수 4명 나와 영봉승 합작
타자들 초반부터 찬스마다 적시타… 첫경기 징크스 깨고 기분좋은 출발




한국 야구국가대표의 에이스 양현종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C조 예선 호주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날 6이닝 동안 안타 한 개만을 내주며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주 타선을 틀어막았다. 뉴시스

“이래서 양현종, 양현종 하나 싶더라.”

이달 초 김경문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KIA 에이스 양현종(31)을 새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일찌감치 대표팀에 합류한 양현종은 한동안 공을 잡지 않았다. 내심 첫 경기 선발로 양현종을 점찍었던 김 감독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양현종은 어느새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렸다. 의구심을 털어낸 김 감독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C조 호주와의 경기에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김 감독의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챔피언 대한민국(세계랭킹 3위)이 양현종의 눈부신 호투를 발판 삼아 호주(7위)를 5-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왼손 투수 양현종은 이날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했다. 유격수 깊은 곳으로 향한 내야 안타였다. 그 안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완벽했다. 볼넷은 1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호주 타자들은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양현종의 체인지업에 연신 헛스윙을 했다. 타자들이 변화구를 노린다 싶으면 최고 148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포수 미트로 꽂아 넣었다. 6이닝 동안 투구 수는 67개밖에 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45개)와 볼(22개)의 개수 역시 이상적이었다. 양현종은 팀이 4-0으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구원진에 넘겼다.

이후 한국은 이영하와 이용찬(이상 두산), 원종현(NC)이 1이닝씩을 모두 3자 범타로 틀어막았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4명의 한국 투수는 9이닝 1피안타 12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영봉승을 합작했다. 호주 타자 중 누상에 나간 선수는 4회 내야 안타를 때린 뒤 폭투 때 2루를 밟은 로비 글렌디닝이 유일했다. 양현종은 “첫 단추를 잘 끼워 기분이 좋다. 하지만 (2020 도쿄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슈퍼라운드에서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5번 타자 김재환부터 9번 허경민까지 전·현 두산 선수 5명이 포함된 타선 역시 초반부터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0-0이던 2회초 1사 2루에서 주장 김현수(LG)는 중전 적시타로 소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곧바로 민병헌(롯데)이 왼쪽 담장 상단을 때리는 2루타로 김현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이정후(키움)의 2루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한 점을 추가한 한국은 6회 허경민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8회말 이정후의 밀어내기 볼넷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중요한 국제대회마다 첫 경기에서 고전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던 대표팀은 모처럼 1회전에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국은 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캐나다(세계랭킹 10위)를 상대로 예선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SK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다. 캐나다 역시 왼손 투수 로버트 자스트리즈니의 등판이 유력하다.

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