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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당첨도 아니고…유치원 학부모 ‘처음학교로’에 불만

입력 | 2019-11-07 10:03:00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홈페이지/뉴스1© News1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가 시행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이용자인 학부모들은 해마다 마음고생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교육부가 학부모의 부담과 원아 입학의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서울·세종·충북에 시범 운영된 뒤 이듬해부터 전국에 도입됐다.

당초 국공립 유치원 쏠림 현상을 우려했던 사립유치원의 참여가 저조했지만 미참여 유치원 제재 강화와 사용 의무화 조례 등으로 올해는 전국 모든 유치원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학교로’는 1, 2, 3지망 등 유치원 3곳만 지원할 수 있다. 국가보훈대상자, 법정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대상자 등의 가정 자녀를 우선 모집한 뒤 일반모집으로 나머지를 무작위 추첨한다. 모집에서 3곳 모두 탈락할 경우 대기 순위나 추가 모집을 기다려야 한다.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 도입으로 현장 접수에 매달리며 입학설명회부터 추첨식까지 발품을 팔던 고충은 확실히 줄었지만 차라리 몸이 고생하던 때가 마음은 편했다고 말한다.

다른 형제나 자매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접근성이 좋은 곳, 경제 사정 등 개인 여건을 고려해야 하지만 선택의 폭이 좁고 3지망까지 모두 떨어지면 추가 모집에서는 여건을 고려할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희망 유치원에 등록하지 못하고 대기 순위까지 떨어지면 모집 인원이 남는 유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추가 모집은 유치원별로 12월 2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다. 11월 29일까지 우선·일반모집에 당첨되지 않으면 내년에 아이가 다닐 유치원이 분명하지 않아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학교로’를 도입한 대부분의 유치원이 입학설명회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서 각 유치원 정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유치원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고 부족한 내용은 직접 전화로 문의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2, 3 지망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눈치게임을 잘해야 한다”, “대학입시보다 유치원 입학이 더 어렵다” 등 농담처럼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한 학부모는 “가정경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3지망까지 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남은 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조금 무책임한 것 같다”며 “어린이집에 남겨 두려 해도 5~7세 어린이집은 국공립뿐이고 그 마저도 자리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학부모는 “보내기 싫은 곳을 마지못해 등록하는 것도 싫지만 그 마저도 없을까봐 걱정”이라며 “어린이집도 우선 순위에 밀렸던 경험이 있어 유치원만큼은 후회하더라도 해볼 만큼 해보고 싶었는데 3곳으로 제한하고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하는 시스템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유치원들의 불만도 학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사립 유치원장은 “아이들을 모집할 때 학부모들과 상담도 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유치원을 선택하도록 도와왔는데 온라인으로만 하면 이런 과정들이 생략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라며 “유치원도 시시각각 변하는 모집 현황에만 매달려야 하니 신학기 준비는 언제 하고 프로그램 준비는 언제 하라는 말인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한 국립유치원장은 “초창기 시행 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더 만족하고 원하는 유치원에 보내기가 불편해진 면도 있다”며 “효율성이 높은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점차 개선을 더해간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용했던 학부모들 대상 설문조사와 각 시·도교육청 및 관계자들과의 협의회 등을 토대로 현재 방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필요하다면 앞으로 개선해나갈 여지는 충분하다”며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경우는 3지망까지 모두 탈락하는 것인데 탈락률을 낮추기 위해 우선 국공립 모집 현황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의 경우 국공립 쏠림을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유치원 선택에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접근성인 만큼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