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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투자자를 차로 치어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60)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 살던 A 씨는 2016년 같은 아파트에 살던 B 씨(62)에게 접근해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환심을 샀다. A 씨는 B 씨에게 부동산 중개업자 C 씨를 소개했고, B 씨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산 기장과 경남 밀양 등지의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총 11억 6500만 원을 건넸다.
B 씨는 이후 자신이 투자한 금액이 해당 부동산의 실거래가보다 부풀려졌다는 점을 알게 됐고, A 씨와 C 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다. B 씨는 두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결국 부동산 근저당 설정과 소유권 이전 등을 합의한 뒤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A 씨와 C 씨는 현실적으로 합의 조건을 이행하기 어렵고 B 씨의 압박이 거세지자 “교통사고로 위장해 B 씨를 살해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들자”고 공모했다.
이들은 2300만 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C 씨의 지인 D 씨도 끌어들였다. D 씨는 실제로 차를 몰아 B 씨를 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B 씨 동선을 파악하고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올해 4월 5일 오전 9시 30분경 B 씨가 아파트 밖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C 씨는 D 씨에게 연락했고,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D 씨는 승용차를 몰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씨를 들이받았다.
D 씨는 차로 B 씨를 들이받은 채 약 17m를 계속 움직였고,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진 B 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범행을 공모한 A 씨 등 3명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고, 이 가운데 A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나머지 C 씨와 D 씨는 일반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며, 아직 1심 선고는 내려지지 않았다.
A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은 징역 3년 4개월 1명, 징역 10년 4명, 징역 20년 1명, 징역 30년 3명 등으로 갈렸다.
배심원들은 “계획적 범행인 점, 피해자가 여전히 뇌사 상태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