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공사 중이던 서울 양천구 목동의 지하 배수터널에서 작업자 3명이 갑자기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숨진 사고는 많은 비가 예상됐는데도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양천경찰서는 “목동 배수터널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공사 관계자 2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2명, 발주처인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와 양천구 공무원, 감리자, 안전관리자 등 모두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작업자를 관리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사고 당일인 7월 31일 오전 7시 10분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예상 강우량을 확인하지 않고 작업자들을 터널 안으로 들여보냈다. 같은 날 오전 5시 기상청은 서울 지역에 이틀 동안 최고 4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했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다”며 “공사 기한을 맞추려면 비가 와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일 터널 안에는 작업자가 지상 근무자와 연락하는데 필요한 ‘무선 중계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2013년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사고’ 이후 경보시설 설치기준을 만들어 작업자가 터널 등의 공간에 있을 때 외부와 교신할 수 있도록 무선 중계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7월부터 배수터널 시운전에 들어간 시공사는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운전 때마다 중계기를 제거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이 설비를 아예 치워버렸다.
공사 현장을 감독하는 책임 감리자와 안전관리자, 발주처 공무원은 사고고 날 당시 터널 안에 작업자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